힘 조절
나는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왼손잡이를 극도로 터부시하는 문화 환경 속에 후천적으로 오른손잡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른손이 더 자유롭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서도
여전히 왼손에도 미약한 힘이 남아있음을 발견하고
이것저것 일상 속 활동들을 하나씩 다시 왼손으로 해보고 있다.
더 나이를 먹거나 혹은 어떤 계기로 한쪽 손을 쓰는 게 여의치 않아지면
양손잡이라는 게 도움이 되겠지, 하고.
그 덕에 왼손의 감각도 꽤 돌아온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글자는 어설프게밖에 못 쓰지만
컴퓨터 마우스는 이미 왼손으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밥 먹을 때의 숟가락질 젓가락질 정도도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조금 전
헤어오일 스프레이를 왼손으로 누르려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오일을 분수처럼 쏟을 뻔했다.
왼손에 괜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요컨대 힘 조절을 못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람들이 내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할 때면 종종 따라하고는
'나는 왼손에는 힘이 없어서 못 하겠네' 할 때가 있다.
이 경우는 조절할 힘 자체가 없는 상태다.
결국
힘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보다,
그 힘을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가 진짜 강함의 조건이 된다.
힘이 과하게 들어가 있는 상태는 결코 강한 것이 아니며
때로는 단순히 힘이 없는 상태 이상의 무력감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다.
왼손, 오른손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일상 생활 속에서 '힘들다'고 느낄 때는
지나치게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거나 과시하려 했을 때였다.
힘 조절에 실패했을 때.
그 반동으로 찾아오는 것은 또다른 힘 조절 실패인 경우가 많다.
공연히 아는 척, 센 척 했다가 자기 비하에 빠지고
방어적으로 굴다가 돌연 거드럭거리는 식.
외부에서 작용하는 원심력과 관성으로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는 내 안에
정작 내 힘은 없어 보였다. 어지럽기만 할 뿐.
쓰지 않던 손의 힘과 감각을 되돌리는 방법은 단순하다.
숱한 실패와 불편함을 겪고도 쓰고 또 써보는 것 뿐.
그러다 보면 왼손으로 밥을 흘리지 않고 먹게 되고
이제 막 글자를 배운 아이 같은 서툰 글씨지만 알아볼 수는 있게 쓰게 되다가
어느날 왼손으로도 제법 잘 빠진 눈썹까지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내 마음의 힘 조절에는 무엇이 더 필요한 건지
나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아직도 마음의 힘 조절을 능숙하게 하기란,
그래서 진정한 의미로 강해지기란
그야말로 힘에 부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