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오카다 히데히로(岡田英弘) 선생님 부음
레테210
2017. 6. 7. 00:45
조금 전, 카톡 알림이 하나 떴다.
이 시간에 카톡이 올 데가 없는데...누구지 하고 보니
아버지 일로 전에 신세 많이 졌던 송00 선생님이셨다.
종종 안부 문자를 먼저 보내주셔서 이번에도 그건가 했는데...
이번엔 아니었다.
오카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단다.
아버지의 유작 <강희제의 편지>의 원서 저자이신
오카다 히데히로 선생님께서 결국 가셨구나...
원래 이 책 한국어판 번역 중 오카다 선생님께서 고령으로 몸져 누우시기도 해서
아버지는 오카다 선생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문구를 편지에 종종 적곤 하셨다.
그런데 얄궂게도 아버지가 먼저 영면하셨고
그로부터 4년이 채 지나지 않아 오카다 선생께서 뒤를 따르셨다.
향년 86세.
송 선생님께서는 '세월이 또 흘렀군요'라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또 한 분이 가셨고, 또 흐르고 흐르고 흐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 날은 찾아온다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마음은 매번 싸해진다.
나는 어제 하루
베란다에 홈카페를 차려보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짐을 정리하다 보니 아버지 물건이 또 나왔다.
만리장성 마이크로필름과 중국사진첩 등.
어찌나 먼지가 내려앉아 있던지 닦아내느라 물티슈를 몇 장을 썼는지 모른다.
세월이 지나니 그렇게
모든 것이 잊혀지고 먼지를 뒤집어 쓴다.
불과 4년도 지나지 않아 나도 아버지가 가시던 해의 기억을 많이 잊고 지낸다.
그러다가 불쑥, 이렇게 다시 가던 걸음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