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이테가 없는 나무
    골판지 2018. 7. 13. 16:45

    종종 내가 나이테 없는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굴곡, 곡절 같은 극단적이고 비교적 드문 경험까지 갈 것도 없이
    보통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어느 정도 일반적인 경험들마저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없는 것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결혼으로 인한 가족 범위의 확대, 임신과 출산, 육아, 누군가를 케어하기, 혹은 직장에서의 승진, 알력싸움, 등등
    좋건 싫건 그것을 겪기 하기 전과 후의 나를
    질적으로 다르게 만들어주는 어떤 경계선 같는 경험들.
    대개는 성인이 되어 겪는 인간관계의 변화 속에 이런 경험들이 찾아온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내게 주어진 가족 이외의 거의 모든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의반타의반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도망쳐온 결과
    내적인 나이테가 스물몇 개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어느 지점에선가부터 열대지역의 나무같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어디서부터가 이 사람의 여름이었고
    어디까지가 그해의 겨울이었는지를 알 수 없는 삶,
    그래서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같을 사람.
    어떤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이 아닌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보았을 때 그렇다.
    저런 경험들을 하면 누구나 인간적으로 성숙해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경험은 성장의 충분조건은 아니니까.
    다만 그 필요조건인 것만은 확실하겠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