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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를 한 움큼 공기중에 흩뿌려 놓은 듯한-日本晴れ(にほんばれ)面白い日本語 2004. 9. 8. 21:45
몇 년 전 산울림의 김창완씨가 진행했던 심야 라디오방송을 즐겨듣곤 했었다.
차분한 그 목소리가 밤의 나른하고 고요한분위기에 딱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아침방송의 진행을 맡게 된 것은 그래서 의외였다.
지금은 그만뒀는지 모르겠지만..
두어 해 전 이 맘때 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방송 로고송을 헤집고 나타나는 그의 목소리가 아침분위기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목소리는 노래를 부를 때의 명랑 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은...박하를 한 움큼 공기중에 흩뿌려 놓은 듯한 날씨네요.."
이 한 마디에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흩날릴 것만 같은 박하를 받고 싶어질 정도였다.
오늘 날씨가 딱 그랬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숨을 토해내는 것이 미안해질 만큼 공기는 맑으며, 하늘은 푸르고 높다.
습도는 낮아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선명할 뿐이다.
아름다운 하늘은 떠나는 자리도 아름답다.
무역센터와 글래스타워의 수천장의 유리에 반사되는 푸른하늘과 붉은 저녁노을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이런 날씨 중에서도특히 구름 한 점 없이 갠 날씨를
일본사람들은 '니홈바레-日本晴れ(にほんばれ)'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일본의 맑음' 정도?
얼마나 사랑스러운 날씨이기에 이름에 자신들의 국호를 덧붙였을까?
우리가 우리의 가을하늘을 칭송하는 것 못지 않게 그들도 '일본의 가을'을 찬미한다.
사실 일본은 계절에 관계 없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태풍을 겪어야 하고
기압골이 불안정해서 아침에 맑았는가 하면 금새 하늘이 꾸물꾸물해져서
저녁엔 기어코 비가 오고야 마는 날이 많다.
홋카이도(北海道)정도를 제외하면 어느 곳이나,
'하루종일쾌청한' 날씨를 볼 수 있는 빈도가 우리에 비해 낮아진다.
그러고보니
굳이 '한국의 맑음'과 같이 어색한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아무 댓가없이주어진 이 아름다운 하루를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는지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