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썼다는 소설을 읽었다.
피보나치수열이 등장해서 나름의 재치마저 느껴지는 초단편 소설이었다.
그런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당연히 남이 쓴 글을 읽고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이점이 와서
인공지능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어린왕자>를 읽은 인공지능은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무수히 많은 장미 속에서
단 하나의-그렇지만 꼭 제일 아름다운 것은 아닌-장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약속 시간이 되어 들리는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세상 최고와 제일이 아닌 허다한 것들,
남들이 보기엔 딱히 더 가치있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역시 평범하고 허다하기만 한 우리가 느끼는 마음을,
그렇지만 퍽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을
같이 느낄 수 있을까.
혹은 인공지능이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리>를 읽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후기에서 작가가 말했던 '소설은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이
내 기억 속에는 줄곧 남아있는데
인공지능은 실패만 거듭하는 '삼촌' 캐릭터에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을까.
삶의 쓴맛, 좌절과 실패와 비참함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그건 인공지능보다는 인공감성이라 해야 맞겠지만
어쩌면 감성이야말로 인간의 지능 중 정점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그런 지능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은 것일까?
만들 수 있을지 여부보다 더 궁금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