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기자 시절의 고(故) 지쿠시 테쓰야씨>
이제 고(故)라는 말을 그의 이름 앞에 붙여야겠구나.
전에도 한 번 그에 관해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폐암 사실이 판명되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였다.
그런 그가 이번달 7일,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향년 73세.
투병생활을 하기 위해 방송생활을 잠정적으로 접은 후로도
세상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지쿠시 테쓰야의 뉴스23)에 나와
모자를 눌러쓴 채 논평을 했고(항암제 때문에 머리가 빠져서였던 듯)
그 외에도 공중파는 아니라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꾸준히
영상논평을 올리던 그였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이 올해 초의 일이다.
당시 병세가 악화되었나보다고 직감했는데
산케이신문의 어느 비열한 저널리스트는
그런 때에조차 그를 조롱하는 칼럼을 실었다.
그래도 몇 달 전만 해도 기자상도 받고
대학에서 강연도 하시길래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건만.
그렇게 세상을 걱정하고
일본의 앞날을 걱정하던
그가 갔다...
뉴스23에서는
1989년부터 18년간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해온 지쿠시씨를 위해
그를 추도하는 특집을 꾸며 내보냈다.
많은 후배 저널리스트들이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이 흘렀다.
영상 속의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전장으로 달려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했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의 예술을 아우르며 화제가 끊이지 않는
박학다식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날카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해
극우세력의 위협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저널리스트'였다.
얼마 전에는 후지TV관계자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나서 한동안 일본의 언론방송업계 종사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온통 '지쿠시 테쓰야 사망' 이야기였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상에는 이런 그를 모함하는 글도 많다.
마치 우리나라 모 사이트처럼
세상 어디나 양면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세상의 이쪽과 저쪽이 균형을 맞추려면
누군가가 가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야 할 텐데
지쿠시씨의 빈 자리는 한동안 채워지기 어려울 것만 같다...
끝으로
그가 공중파 방송에서 남긴 마지막 논평의 일부를 올려보기로 한다.
자신이 몸담았던 프로그램, 궁극적으로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당부의 말이었다.
"...힘 있는 자와 거대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에 충실할 것.
한쪽으로 치닫기 쉬운 이 나라에서 소수파임을 두려워하지 말 것.
다양한 의견, 다양한 입장을 가능한 많이 세상에 알려
이 사회에 자유의 기운이 숨쉬게 할 것..."
지쿠시 테쓰야의 WEB'다사쟁론(多事爭論)' URL
: http://www.taji-so.com/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