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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28일. 짧은 여행에 관한..별 내용 없이 긴 글
    골판지 2005. 7. 30. 01:28

    한 살더 먹는다는 게그다지 기쁘지 않게 돼 버린 요즘. -_-;;;

    하루종일 핸드폰 문자 메세지가 울렸다.

    양 시력이 1.0 이하로 내려가본 적이 없는 내게

    신용카드라곤 후불교통카드로만 쓰는 내게

    머리하러 가는 게 연중 행사인 내게

    안경점이며 카드회사며 미용실이며.....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한단다.

    여차저차한 사연으로 마침 이 ??로 휴가를 잡은 덕에

    한동안 못 보던 친구들을 간만에 만나기로 했다.

    일이 끝나고..부러워하는 회사 사람들을 뒤로 한채

    신촌에서 자취하는 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 집에서 밤샘이나 할까 하고 갔더니

    다른 녀석이 애마인 하얀색액센트를 끌고 나왔다.

    원래 계획이야 거창했다. 울산까지 갈까도 했다. 취소됐지만...

    암튼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막상 신촌에서 보내긴 아까워 나 모르는 새 자기들끼리 섬에 가기로 손발을 맞춘 모양이다.

    한 녀석은 핸들을 잡고 한 녀석은 인터넷에서 뽑아온 지도와전국 도로망책을 펴든채 짐짓 아는 척을 한다. 길 좀 안다는 친구에게 전화도 하면서...

    나는 뒷자리에서 간식 속에 파묻혀 그네들이 하는 알 수 없는 도로사정 얘기를 듣거나

    바깥 풍경을 보거나 하품을 하거나...

    장롱면허 소지자에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길치 방향치로서

    이번 여행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꾸사리를 먹거나...했다.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줄창 퍼붓겠다고 지레 겁을 준다.

    해서 빗길 광란의 질주..를 예상했으나 날씨가 의외로 꾸물꾸물한 데다

    길도 모르는 3인방이었으니 질주는 언감생심.

    물어물어 구불구불 찾아간 곳은 대부도. 거기서 더 들어간 선재도가 목적지였다.

    그러다가 영흥도라는..처음 들어보는 곳으로...큰 이유없이 방향전환.

    작고 조용한 섬이었다. 그 곳은.

    호젓한 가운데 나처럼 이른 휴가를 온 사람들 몇몇이 조개구이를 해 먹거나

    뒤끝이 허무한 폭죽을 쏘아올리거나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를 멀거니 등대처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밤바다를, 그것도 서해를

    이토록 감격에 겨워 걷다니. 하며, 나도 친구들도 생일 미역국에 끓일 미역을

    발로 건져올리자는 시덥잖은 농을 주고 받았다.

    밤바다를 떠올리거나 걷거나 하면 늘 그러듯이

    4년 전, 미칠듯이 파도치던 밤의 변산 앞바다 생각도 나고

    당시로서는 나름 이유가 있던치기에

    그 속으로 걸어가던 내 생각도 나고

    뒤에서 붙잡아주던 어떤 손도 생각 나고

    ..뭐 그랬다.

    숙소도 잡지 않고 와서

    비가 주룩주룩 오는 가운데

    귀곡산장 같은 모텔의 바로 옆 모텔에 짐을 부린 뒤

    늦은 저녁으로 세숫대야만한바지락칼국수.

    방에서는 술과 간식거리를 펼쳐놓고

    이런 저런 학창시절 이야기, 동창들 근황, 직장 상사 욕하기. 웃음소리들.

    그러다가 친구들은 하나둘 잠이 들고

    홀로 손으로 깍지 껴 무릎을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또 이런 날이면 빠질 수 없는 멜랑꼴리 센치멘털함에 주책맞은 눈물이 한두 방울.

    그렇게...매미만한 파리를 잡기 위해 재떨이도 깨뜨리고

    밤새 모기에게 헌혈도 해가며

    하룻밤이 지났다.

    왠지 비가 와도 상쾌한 섬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짐을 꾸려 점심때 쯤 숙소를 나왔다.

    친구의 애마는 엔진이 공회전을 하는지

    속칭 마후라를 개조했다고 하는 그 소리가 난다.

    시속 80km로 달려도 체감속도는 이미 110km 쯤 된다.

    게다가 좌석은 넷이지만 문은....2도어.

    소리와 문구조만은 '스포츠카'인 친구의 애마를 타고 빗길의 고속도로를 뚫고 달려 다시 서울로.

    그리고 한 친구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서울에서 다시 고양시를 지나 파주로.

    파주에서 초계탕을 먹고 자유로를 타 또 다시 서울로. 그리고 안양으로 왔다.

    수고했어 정모양. 가을에 부산영화제 갈 때 또 부탁할게 ㅋㅋ

    돌아오는 길에

    핸들잡은 그 정모양이라는 친구와 다시 다짐을 했다.

    나이 서른 되면 정말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자. (이유는?......)

    그 약속 꼭 지키자.

    내 블로그 이름이 괜히 '심야특급'이 아니니 잊지 않겠다고.

    자네 생일 선물로 전에 사줬던 책 제목도 '심야특급'이니 잊지 말라고.

    이래저래 치이다보니 어쩌다 하루 발걸음 떼기도 이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아마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애초에 카메라도 없었지만 날씨도 흐렸고 시간도 늦어

    남길만한 사진 한 장 찍어오지 못했다. 아쉽다면 아쉽달까...

    그래도 지난 주 치비마르코짱 재방송을 보니

    여행의 풍경은 렌즈로 찍어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찍어오는 것이라 했다..그 말을 믿어보자. ㅋ

    맨 위한 장의 영흥도 사진은 kiki님의 포토앨범에서 퍼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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