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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한 녀석들골판지 2021. 4. 16. 15:08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이삿짐 정리 중, 짐속에 묻어온 오래된(=안쓰는) 물건들 떼샷 찰칵. 대학원 재학중~사회 초년병 시절 유용하게 썼던 카시오 스톱워치와 카시오 전자사전, 그보다 훨씬 전인 무려 2002년 일본 여행 가서 사온 후지 파인픽스 디카, 그리고 이 디카를 넣어 목에 걸고 다니기 위해 산 스트랩가방...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에 그냥 한번 전원 넣고 건전지 갈아끼워봤더니 전자사전과 디카가... ...되...된다...;;; 심지어 전자사전에 불도 들어옴... (스톱워치는 배터리 비교체형이라 안 켜짐) 하 이걸 어쩐담. 난 그렇게 독한 미니멀리스트가 못 되는데 이렇게 '아직도 살아계심'을 주장하면 어떡하냐고...ㅠㅠ 아까 옛날 휴대폰들이 들어있는 상자 열었을 때도 실수로 뭘 건드렸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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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출시카테고리 없음 2020. 12. 29. 22:59
L모 회사 근무중 어느날 그린 한 장의 그림. 이거슨 자화상이다;; 당시 내 멘탈은 뭐랄까, 좀... 공허했다. 동료들도 대체로 스마트&젠틀하고 사무실도 쾌적하고 모든 게 좋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당시 내 자기효능감은 썩 높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이라 일을 하긴 하는데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에 그림을 그린다기 보다는 일기 쓰는 기분으로 끄적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계약 종료&퇴사. 이후 2년 넘게 방치해뒀던 이 낙서를 바탕으로 이모티콘을 그려서 어제 제출해 봤다. 그리고 오늘 낮...오잉? ‘승인’ 통보가! 출시한 곳 역시 L모 회사(K모 메신저는 워낙 진입 장벽이 높은 관계로ㅠㅠ)..나 혼자 반갑다. ㅎㅎ +어린 시절 MBC 어린이 대상 만화 응모 프로그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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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성생식을 한다면골판지 2020. 11. 28. 22:27
보통 사람들은 대개 식을 끔찍이 사랑한다. 내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니까, 라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겠지. 사실 자식은 내 유전자의 절반만 전달해 줄 뿐이고, 내 유전자를 백퍼센트 갖고 있는 건 나다. 그렇지만 나는 대개 내 자식보다 20-40년 정도 일찍 죽을테니 내 유전자를 더 나중에까지 전해줄 가능성을 지닌 자식에게 사랑을 쏟는 것일 게다. 만약 사람도 단세포 생물처럼 무성생식을 한다면?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무한히 증식해주는 자식이 있다면 지금의 '절반만 나를 닮은 자식'보다 더 사랑스러울까? 왠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당장 거울을 보며 내가 영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딱히 스스로가 더 사랑스럽지 않듯이. 그렇다면 공유하는 유전자의 많고 적음만이 관건은 아닌가보다. 내 유전자를 더 우수한 상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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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술골판지 2020. 10. 12. 01:20
요즘 내 루틴 아닌 루틴 중 하나는 ‘공간 하나 들었다놓기(?)’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미니멀리즘까지는 못 해도 주변을 좀 정돈하며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충동이 들던 참이었다. 그 충동을 마침내 실천에 옮기는 중이라 정신을 차려보면 집안 어느 한 구석을 딱 찍어놓고 ‘너 잘 만났다는 듯’ 들쑤셔놓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어제는 옷장(하루종일 나름 버리고 정리했지만 아직 진행중. 차근차근 더 해야 함), 오늘은 찬장 속 아버지의 술들이었다. 아버지는 7년 전에 돌아가셨다. 이후 중요한 건 남기고 많은 유품을 정리했지만 술병들은 어쩐 일인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어머니는 다정하고 살뜰한 주부이자 아내, 엄마였으나 정리 센스만큼은...음..별 다섯 개 중에 하나...아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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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느낌걷고 쓰고 그린 것들/기억의 습작 2020. 9. 23. 18:56
요즘 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것.따스함, 밝음, 눈부심, 기쁨,...좀 순진하고 순수하며 간지러운, 뭔가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해 왔던 정서들이다.예전과는 퍽 다른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나이 먹었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한달 전쯤 억수같이 비가 오던 날, 동네 카페에 앉아 우두커니 가게 안 스케치를 시작했다. 인테리어가 복잡하지 않아 형태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문제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전체적인 색조.최대한 계산적인 눈으로 사물을 스케치할 때와 달리 채색할 때는실제 보이는 색보다 좀 더 내 주관, 즉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느낌'에 치우쳐 칠하고 또 칠했다. 그렇게 실제 가게보다 훨씬 붉고 노란, 따스한 빛이 감도는 '카페박달'이 완성됐다. 작년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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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889원....골판지 2020. 9. 10. 19:13
얼마전 시사인 기사를 통해 알게되어 구독중인 뉴스레터 어피티의 유투브 동영상을 보다가 정부에서 만든 어카운트인포라는 앱을 강추하길래 깔아보았다. 여기저기 잠들어 있는 계좌나 보험 등의 잔액을 알려주는 앱이라 한다. 잊고 지내는 계좌 잔액 확인은 전에도 몇번 해봤지만 큰 수확(?)은 없었기에 반신반의하며 깔았는데... 역시나...난 돈에 관해서는 너무 미니멀리스트였어... 굴러다니는 잡동사니같은 돈이 나 몰래 있을리가. ㅋ 그런데.. 오늘 다시 접속해봤다가 이상한 계좌를 하나 발견. 우리은행 계좌인데 개설 지점이 ‘응암동’...??? 전에 ‘응답하라 1988 응암동’ 포스팅을 한 적도 있듯, 나는 응암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 아니 그럼 그때 만든 계좌란 말인가??? 개설일을 보니 1986년...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