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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느낌걷고 쓰고 그린 것들/기억의 습작 2020. 9. 23. 18:56
요즘 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것.
따스함, 밝음, 눈부심, 기쁨,...
좀 순진하고 순수하며 간지러운, 뭔가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해 왔던 정서들이다.
예전과는 퍽 다른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
나이 먹었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한달 전쯤 억수같이 비가 오던 날, 동네 카페에 앉아 우두커니 가게 안 스케치를 시작했다.
인테리어가 복잡하지 않아 형태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전체적인 색조.
최대한 계산적인 눈으로 사물을 스케치할 때와 달리 채색할 때는
실제 보이는 색보다 좀 더 내 주관, 즉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느낌'에 치우쳐
칠하고 또 칠했다.
그렇게 실제 가게보다 훨씬 붉고 노란, 따스한 빛이 감도는 '카페박달'이 완성됐다.
작년에 모출판사에서 나온 '빨간머리 앤'의 삽화를 보고 받은 작은 충격이
이런 식으로 내 그림에도 반영되는 모양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밝고 즐거운 일을 상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