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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 수행중 in 오사카
    걷고 쓰고 그린 것들/터벅터벅 2018. 11. 9. 20:48

    유타니를 만나기 위해 오사카에 와 있다.
    진짜 만나는 건 내일이고 오늘은 일단 혼자.
    비행기표, 호텔, 환전, 현지 교통패스, 인터넷 확보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륙 시간보다 무려 3시간 일찍 도착해
    출국 수속도 20분만에 초고속으로 마쳤는데
    결과적으로 오늘 비행기 못 탈 뻔 했다.
    보딩 패스에 적힌 좌석 번호를 게이트 번호로 착각해서 엉뚱한 곳에 앉아있는 바람에...
    탑승 시각이 되어도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어
    '이상하다' 하며 보딩 패스를 보니
    내가 가야할 곳은 101번 게이트.
    현재 있는 곳은 18번 게이트.
    다행히 캐리어 없이 배낭만 맨 상태라 바로 전력 질주 시작.
    하지만 인천공항은 너무 넓은 거다...
    무빙워크를 달리고...달리고...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내려가서...
    청사 연결용 버스를 타고...
    다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올라와...
    101번 게이트가 있는 곳에 왔더니
    101~118번 게이트들이 늘어선 곳에서
    하필 또 맨 끝까지 가야 했다 ㅡㅡ
    힘들었다 진심.
    저질 체력이다 보니 벌써 숨은 차오고 다리는 후들후들.
    달려가는데 저쪽에서 승무원이 이쪽을 향해 소리친다.
    "~~세요?"
    뒤 두 글자 빼고 하나도 안 들리지만 그쪽으로 달려가는 이가 나밖에 없으니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무조건 "네!"하고 소리치며 계속 전력질주.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00항공 승객이냐며...그렇다면 내가 마지막 탑승객이라는 소리였다.
    역시나 내가 오르고나자 바로 트랩이 올려지고 문이 닫혔다.
    전학온 아이처럼 어색하고 심지어 시뻘건 얼굴로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내 자리로...

    고백하자면 내 첫 해외여행지가 오사카였는데
    그때도 가는 날 비행기에서 내가 마지막 승객이었다.
    그날도 나는 공항에 두시간도 더 전에 와 있었고
    수속도 비교적 금세 끝났더랬다.
    문제는 일행 언니의 지각.
    늦게 온 언니와 게이트까지 전력질주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도 나는 저질 체력이있고, 힘들었다.

    그때처럼 오늘도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한시간 반 조금 안 돼 비행기는 빨리도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둔 간사이지역 교통패스를 수령해
    전철을 타고 약 한 시간 걸려 난바역 주변 시내에 진입하는 데까지는 괜찮았다.
    역에서는 무인양품을 발견하고 지인에게 라인도 보냈다.(가격을 알아봐달라 해서)
    그러나 역 밖으로 나와 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지도에는 자세히 표시되지 않는 아케이드 거리가 있어
    방향감각을 가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익숙치 않은 곳에서 숙소를 찾으며 또다시 고행이 시작됐다.
    구글이 10분이면 된댔는데...가도 가도 안 보이고
    입에선 욕만 나오고...
    구글맵에 표시된 점선을 하나하나 따라가서 겨우 도착했을 때는
    난바역 무인양품에서 지인에게 문자를 보낸 뒤로 벌써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덕분에 오늘 내 만보계 앱에는 이런 숫자가 찍혔고...허허허


    오사카는 왜 두 번 오면서 이다지도 고생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라고 쓰고 생각해보니
    아니다...나는 도쿄 첨 갈 때도 그랬었지...
    문득 워킹으로 도쿄 갔을 때 첫날의 끔찍한 도보 고행이 생각난다.
    블로그에 그림까지 남겨가며 적은 글이 있었지..ㅎㅎ
    그날을 생각하면 이쯤이야..
    그래도 오늘은 캐리어는 없었으니까.
    하하하 ...
    얼른 씻고 누워 다리나 주물러야겠다ㅜ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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