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를 다녀오며
    걷고 쓰고 그린 것들/터벅터벅 2020. 7. 11. 15:43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림이 좋다


    종각역 옆 스타벅스에 와 있다.
    거의 정확히 1년 전, 개인적으로 답답한 일이 있어 기분 전환겸 서점 나들이 나왔다가 들렀던 곳이다.
    건물 지하에는 종로책방(아름다운가게 중고서점)이 있고 1년 전에 거기서 책도 몇 권 샀다.
    아름다운가게.
    엊그제 유명을 달리 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작품 중 하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라 하면 정치인, 관료 통틀어 능력과 인품 면에서 누구보다 신뢰했던 인물.
    그런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성추행 의혹을 남긴 채로.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믿어야 할지도 모르는
    잔인한 현실을 되새기며
    어딘가에서 소리죽여 울고 있을지 모르는 고소인(박시장의 전 비서)을 떠올리며
    그럼에도 그가 남긴 발자취가 있다는 생각에
    뿌연 마음을 안고 분향소에 다녀왔다.

    시청역에서 내려 광장을 둘러싸고 긴 줄을 서 있는 동안
    맞은편에 덕수궁 대한문이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친구와 함께 헌화한 곳이다.
    그로부터 11년이 흘러 나는 또다른 정치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같은 곳에 와 있었다.
    11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사이
    나는 좀 늙었을지언정 멀쩡히 살아있는데
    너무 많은 이들이
    허를 찌르듯 갑자기
    사라져간다.
    엉킨 실타래 같은 수많은 물음을
    숙제처럼 무심히 던져둔 채로.
    그 실타래가 이번만큼 이상하게 엉켜있었던 적이
    아마 없었던 것 같아
    유독 당혹스럽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