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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일기2-레테일행과 비밀의 방
    걷고 쓰고 그린 것들/Tokyo Fighter 2004. 9. 8. 01:15
    *스크롤의 압박 짱.....*

    나리타에서 도쿄 도심지까지 들어오는 가장 저렴하고도 빠른 방법은

    게이세이센(京成線) 급행을 타고 닛뽀리(日暮里)나 우에노(上野)까지 오는 것.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운임이리무진의 1/3정도밖에 안되고 시간은 한 시간 10~20분 정도.

    다른 교통편-야마노테센(山手線)-으로의 연결도 쉽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당시엔 짐도 너무 많고 피곤해서 전철보다는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이것이 얼마나 큰 후회의 시발점이 되었는지 ㅡㅡ;

    그냥 전철을 타는 것이었는데..ㅉㅉ..

    아무튼큰 짐을 공항에 자리잡은택배회사 부스에 맡긴 다음

    1인당 3천엔정도 하는 리무진 티켓을 끊고 일행이 내린 곳은

    이케부쿠로(池袋)의 어느호텔 앞이었던 것 같다.

    거기서 다시 세이부이케부쿠로센(西部池袋線)을 타고 도코로자와(所沢)까지 가야하는데..

    전철역을 찾는 것 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전철역은 나오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가도 "반대로 오셨네요.." 소리만 듣는거였다..된장...ㅠㅠ

    지겹게 걸어 찾은 전철역에서는 그 이삿짐들을 들고 계단을 수십차례 오르내리고..

    팔이 끊어질 듯 아프고손가락 마디마디의 감각이 사라져갔다.

    길을 잃고..전철을 잘못 타기도 했던가...

    산넘고 물건너..그렇게 도코로자와에 도착.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는데 이 때레오팔레스 사무실을 비교적 금방 찾게 된 것은 기적이었다..

    열쇠를 찾은 우리는다시 전철을 타고이제부터 최소 3개월간살게 될 동네,

    몇 정거장 떨어져있는 세이부신주쿠센(西武新宿線) 코다이라(小平)역으로...

    코다이라 역에는 출구가 북쪽과 남쪽 두 군데 있지만 어차피 작은 역이라

    어디로 나와도 그 곳이 그 곳이다.

    역을 나와서지도를 보며 정처없이걷기 시작했다.

    그런데..가도 가도 나오는 것은 집들이 아닌..무성한 숲이 아니겠는가? -_-

    아무리 변두리라도 도쿄는 도쿄인데;;

    이 숲의 정체는 나중에 알게 되는데...

    역무원제복같은걸 입은 묘령의 남자에게 물어 겨우 건널목을 건너 방향을 틀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신사(神社)가 보인다. 마을주민들에게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신성한 곳일지 몰라도

    밤에 신사 옆을 지나치는 일이란 썩 내키지 않는 일이라 발걸음을 재촉...

    이미 모두 다 녹초가 된 상태라 더 이상 지도보기가 지겨워진 우리는

    피자배달 청년에게 물어서..드디어 드디어..

    그토록 애타게 찾던 집에 도착....ㅠㅠ....

    ..은 했는데.....;;;

    당연하게도 불이 꺼져있었다;;

    스위치를 아무리 똑딱거려봐도 소용이 없다..

    관리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시간에 모르는 사람의 집 문을 두드린다는 것은

    일본어도 서툰 우리들에게는 무리...

    할 수 없이 불 꺼진 실내에 짐을 부렸다.

    긴 한숨을 쉬며 바닥에 앉는 순간..룸메 언니의 비명소리가..

    잘 보이지도 않는 바닥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주워내는 언니B(작은언니)..

    그 때 마침 언니A(큰언니)가 놀라운 탐색능력을 발휘하며 두꺼비집을 발견..ㅠㅠ

    불을 켰다아....

    감격의 눈물..ㅠㅠ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경기를 볼 때보다 찡한 순간이었음. ㅋ

    불이 켜진 상태에서 아까 언니가 주웠던 것을 보니..

    손톱!!!이었다..전에 살다 간 사람의 손톱..앉은자리에서 수십개 나오고..

    이후로도 틈틈이..우리가 이사가기전까지 잊을만하면 나타나주었다..

    거기다...

    우리 중 제일 마른 큰 언니가 피곤에 쩔어앉자마자 침대는 허무하게도 작살...-_-;

    참으로 터푸한 첫인사로 우릴 맞아주는 거였다...-__-;;;

    하지만..전철역 옆의 그 이상하도록 무성한 숲도 그렇고

    집 바로 근처에 자리잡은 을씨년스러운 신사하며..

    부직포같은 재질의바닥에 구석구석 박혀 있는 길고 징그러운 손톱들..

    이 모든 것을 생각할 틈도 없이,

    우리는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수마(睡魔)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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