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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호와 극혐 사이의 거리
    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7. 9. 1. 10:27

    엊그제 출근길에 주운 메타세콰이어 이파리.
    그냥 책상 위에 뒀더니 당연히도 잎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조글거리며 뒤틀리길래
    물에 담가봤다. 그러자 반나절도 안 돼 물에 불린 미역처럼
    다시 처음 모양을 되찾는다.
    이대로 뿌리가 나서 다시 나무가 되진 않겠지만
    무언가 잃었던 생기를 다시 찾는 모습,
    그러면서도 물속에서 흐느적거리며 힘은 한껏 빠져 있는 모습이
    묘한 힐링효과를 준다.

    메타세콰이어 잎은
    오늘따라 잘 빠지게 그린 눈썹처럼 얄쌍한 잎들이
    취침시간 내무반의 풍경처럼, 혹은 참빗의 살처럼 가지런히, 데칼코마니를 그리며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다.
    책상 위에는 테이블야자가
    푸릇푸릇한 머리칼을 치렁치렁 드리우고 있고.
    '아 나는 이런 형태의 생물의 모양을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이 잎과 아ㅡ주 비슷한 모양의
    또 다른 생물이 생각난다..
    혼자 살 때 개수대에서 종종 그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며 나타나던 녀석...


    돈벌레...


    그 모습을 보면 힐링이 되긴커녕
    평온하던 마음마저 진도9의 대재앙급 지진을 일으켰더랬다.

    정말이지 거의 같은 모양인데
    왜 이다지도 내 반응은 극과 극일까.
    식물과 동물의 차이인가.

    하지만 내가 고양이를 좋아한다지만
    고양이와 거의 흡사한 모양의 어느 열대식물이 발견된다 해도
    이 역시 공포스럽긴 매한가지.


    아침부터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칠팔월이 아니라 구월의 첫날이니
    이런 것도 그렇게 안 어울리는 건 아니다만.
    여기는 내 방이 아닌 남의 사무실.
    온갖 번뇌와 상념을 벗어나 일에 집중할 시간 ㅎ
    뜨거운 물과 살충스프레이의 가차없는 연타 속에 스러져간 다리 많은 그를 기리며
    메타세콰이어의 꽃말이나 읊어본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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