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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하가점장
    걷고 쓰고 그린 것들/기억의 습작 2004. 3. 28. 21:43


    왼쪽 인간은..내가 일본 워킹 홀리데이 생활 중 신주쿠의 상요회전스시집에서 일할 때

    나를 정말 징그럽게 갈구던 하가라는 이름의 점장이다. 내가 그렸지만 저 인간은 정말 닮게그렸다 -_-;

    신주쿠에 갈 일 있는 사람들은...가서 확인해 봐도 좋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점장에서 밀려나 지금은 주임이 되었다고 함..

    한국인 점원들이 몰래 '뚱땡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다른 나라 점원들에게도 본명인 '하가'보다 '뚱땡이'로 더 잘 통했던...

    그리고 한국인 마누라가 있었음에도 가끔씩 외국인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대곤 하던..위인이다.

    가게에서 일하고나서 2,3일이 되었을까?

    나는 락커룸에서 지갑을 도난당한것이 발단이 되어

    큰 돈..당시 나의 전재산 수십만엔을 정말 1엔 한 푼 안 남기고 잃어버리고 만다.

    (이 일은 사실 약간 복잡하다..물론 락커룸에 전재산을 보관했던 건 아니다..)

    먹지도 씻지도 않은 멍한 상태에서 일을 하러 갔고 늘 하늘이 노랬다.

    수중에는 돈을 잃어버리기 전에 미리 사두었던 지하철 회수권 몇 장 뿐.

    하루에도 열 두 번씩 귀국을 생각하니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점장은 내게 얘기해 주지도 않은 도난주의를 면접시 분명 들려 주었다며

    가게로서는 아무 보상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바쁜 토요일 오후,

    미소시루(왜된장국) 주문을 받아 나르던 찰나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미소시루를 그 할아버지 앞에서 엎지르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검은 옷소매에 조금 튀었고..대부분의 뜨거운 국물이

    반 소매를 입은 내 팔뚝 위로 쏟아졌다.

    옷을 닦을 물수건을 드리며 '스미마셍..'이라 하는 것 외에 어찌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데어버린 팔뚝을 식히지 못한 채 홀에 있는 나를

    주방에서 하가가 불렀다.

    주방에 모든 점원이 모인 상태에서 하가가 내게

    "눈초리가 그게 뭐냐"며 쏘아붙였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무릎꿇고 사과하지 않고 멀뚱하니 서있었다며

    인민재판 받듯이 무안을 당하고서야 겨우 벌겋게 부은 팔을 씻을 수 있었다.

    혼나서 분하다기 보다는,

    '팔은 어떠냐' 이 한 마디만 해 주었더라도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서러웠다.

    뭐,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다 추억이긴 하지만

    당시 땡전 한 푼 없는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였던 내게는

    꽤나 쓰라린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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