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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는 거야!!
    골판지 2006. 2. 15. 17:13

    친구가 조연출을맡고 있는영화 제작에 곁다리로 껴 콘티를 그려주느라

    며칠간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없이 지냈다.

    오늘도 새벽까지 하고는..새벽 첫차를 타고 집에 와서 죽은 듯이 자다가 지금 일어났다.

    내 일도 무척 밀려있지만

    이번달은 어째 그렇게 될 운명(?)인 것 같다.

    아무리 일에 매달리려고 해도 어디선가엉뚱한 일이 자꾸자꾸만 터진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싫지만은 않다.

    평소에꽉 끼어 있던 틀에 균열이 가는 느낌이 든다.

    느즈막한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집에서 일하고 먹다가 새벽 서너시에자는 주제에

    꽉 끼어 있다고 하면 어디선가 돌이 날아올지도 모르나......;;

    콘티를 그린 며칠 동안'콘티작가'라는 어색하고 멋적은 호칭으로 불렸다.

    하지만...작가는 무슨..

    이미 짜여진 구도와 각도에 맞춰 주문대로 인물과 배경을 그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피곤한데

    같이 일했던 감독 언니(전날 회사일하고 밤새 영화작업하고 다음날새벽에 교회 다녀와서

    낮에는 다시 회사일에..저녁에는 다시 영화...다음날의 스케줄도 대동소이...

    대체 언제 자는지 작은 고추의 깡다구를 느끼게 해주신 분)와

    조연출을 맡아 오전에는 생업에 정진하다가 오후쯤오디션으로 배우 뽑고

    밤에는 눈도 못 붙인채작업에 매달리며

    혼자만의 공간인자취방을 모두의 숙소이자 아지트, 심지어 영화세트로까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전락(?)시켜버리는 내 친구.

    그리고 알바로 멀리 부산까지 상업영화 메이킹필름을찍으러 가서

    밤이면 이쪽의 작업회의에 인터넷폰을 이용해 원격으로참여하고 있다는촬영감독.

    그 외 장소헌팅이나 PD역할을 하는 사람들.

    컷리스트 짜러 와서 역시 밤새 일하고 가신 어떤 분.

    하나같이 무보수이지만 자기작품보다 더 공을 들여 가며 서로 품앗이하고 있었다.

    다들 대단했다...

    아무래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라

    자금이고 장소고 간에 '부족'하거나 '없다'

    그런데도 그렇게 옆으로 고개 돌리지 않고 한 가지 일에 매진하게 하는 것...

    지금의 내게는 분명 '없는' 무엇이었다.

    영화계의 현안이나 화려한 이면에 숨겨진 스탭들의 현실과 같은 문제보다는

    겉모습부터보고 판단하게 되는 非영화인의 물정 모르는 시각이라 해도 -ㅅ-;;

    아무튼

    또다른 의뢰가 들어온다면

    물론 이번보다는 좀 더 시간 안배에 신경써야 하겠지만

    다시 승낙할 것같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보다는 엄살도 덜 부려야겠지.

    감독님 말씀대로 "달리는 거야!!"를 연발하는 동안

    즐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배운 것이 많은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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