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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 이반의 나라
    골판지 2006. 5. 28. 22:36

    할아버지 제삿날이었다.

    우리집 네 식구와 고모 두 분, 작은아버지 댁 식구들..

    해서 한 열 명 정도가 큰집인 우리집에 모여

    제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데

    TV에서는 '도전! 골든벨'을 하고 있었다.

    문제가 흘러나왔다.

    톨스토이의 작품 '바보 이반'에 관한 질문이었는데,

    바보 이반이 사는 나라에서는

    손에 '이것'이 없는 사람들은 남이 먹다 남은 찌꺼기만 먹을 수 있다,

    이때 '이것'이란 무엇일까?

    하는 내용이었다.

    정답은 '굳은살'이었다.

    도와주는 친척 한 명 없이

    며칠을 꼬박 제삿상 준비에 바치느라온몸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인엄마는

    제사가 끝나 다들 저녁 먹느라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한쪽 구석에서

    일가친척이먹을 반찬을 담고 김치를써느라 한술 뜰 여유가 없다.

    .....

    남씨 집안 제사인데 시장을 봐 오고 그 모든 준비를 다 한 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이씨인 울 엄마와

    할아버지를 한번 뵌 적도 없는 언니와 나...

    다른 남녀노소의 남씨들은모두

    놀러갔다 오거나 느즈막히 와서 절만 대충 몇 번 한 뒤

    식사하고..과일 먹고 TV보고...웃고 떠들다가

    찬거리를 잔뜩 챙겨

    올 때 그랬듯 갈 때에도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표표히 사라져갔다.

    ....

    어려서부터도 명절이나 제삿날에 종종 그랬지만

    유난히 표정관리가 안 되었던 오늘.

    누워서 침뱉는 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바보 이반의 나라에 대한 퀴즈가 자꾸만 귓전을 맴돌아

    한 꼭지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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