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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실 ㅎ
    걷고 쓰고 그린 것들/기억의 습작 2018. 12. 19. 17:23


    보름 가까운 탐색 끝에 내일 드디어 집근처 건물에 소호 사무실을 계약하러 간다.
    하꼬방, 쪽방 같은 말도 쓰기 뭐한 비좁은 공간이지만
    마음이 살짝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려서는 나도 방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수도 없이 '꿈속의 내방'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내가 지금과 같은 이런(?) 성향의 사람이 될 줄도 모르고
    화장대와 화려한 카펫, 캐노피 달린 공주풍 침대까지 완비한
    센스없는 공주 침실 같은 내 방의 모습을.
    그런 취향이야 애저녁에 증발하고 없지만
    지금도 나라는 사람 자체는 크게 달라진 데가 없어
    고장 방 하나에(그것도 월셋방) 설레는 맘 부여잡고
    이런 그림을 그리고 앉아있다. ㅎ
    엑셀파일에는 사야할 비품(??)들의 목록이 빼곡하다.
    아이패드와 에스프레소머신, 제도용 스탠드, 만년필 같은 것들은 내 손으로 적었지만 허세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버스로도 20분이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을
    지도앱을 '굳이' 검색해 자전거로 갈 때가 차나 버스로 갈 때보다 1-5분 더 빨리 도착함을 답정너식으로 알아낸 뒤
    근처 자전거포에 들러 가격도 알아보았다.
    명패와 명함을 파주겠다는 조카의 깜찍한 제안은
    이곳에서 어떤 번듯한 경제인의 활동도 할 생각이 없는 부끄러운 이모로서 차마 오케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방만 구하면 일단 한숨 돌릴까 싶었으나
    역시나 나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사람이었을 뿐이고.
    여기서 어떤 일(이라고 쓰고 놀이라고 읽기)을 할지는 아무 생각도 없으면서
    위시리스트와 이런 그림만 업무일지 작성하듯 성실히 쓰고 그리고 있는 내 모습...

    다 그리고나서야 종이 뒷면을 보니
    현대카드 고지서다.
    지난 달 꺼니깐 뭐.
    다음 달 결제 금액은 다음 달의 내가 고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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