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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어 날아가리골판지 2005. 10. 16. 01:44
친한 고딩 동창 한 명이 며칠 전 전화를 해서는
술을 거하게 쏘라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자기 이번에CPA 2차 떨어지면 술 쏘기로 약속을 했단다..몇 달 전에..
잘 기억은 안 난다만;;
낙담할 친구 생각을 하니 그래 그까이꺼 못 사주랴?싶어 알겠다고 하고
날은 안 잡은 채 일단 끊었다.
그리고 그저께 퇴근하고 집에 와 있는데 전화가 왔다.
간만에 팩-_-을 하던 중이라 못 받고 나중에 다시 했더니
그 시험 붙은 녀석들이 지 술 사 준다 그래서 지금 대학로라나..(그때 시각 새벽 1시 정도..)
자기가 날 밝으면 술 깨서 다시 전화한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또 끊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볕 좋은 가을 날 토요일.
오전에 볼일을 마친 뒤 별 약속도 없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컴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맛대맛 류의 요리 프로그램을 한창 보며 침을 흘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집 전화였고 언니가 받더니 "아..♪♪(본좌-_- 이름)이요? 잠깐만요.." 하고는 나에게 넘겨 준다.
핸펀도 아니고 우리 집 전화번호를 아는 친구는 별로 없는데...
그 녀석이구만...오늘은 던 없는뒈 -0-;;
이 녀석 목소리깔고 장난스레 존대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역시 본좌이름)씨입니까?"
피식. 모냐 아직 술 덜 깼냐. 기차화통 삶아먹은 내 목소리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00(친구 이름)이냐? 야, 너 아직 거기(대학로)야? 술은 좀 깼냐? ㅋㅋㅋㅋ 지금 몇 시여~~"
"...♪♪♪씨 아닙니까?"
"왜 집 전화로 했어? ㅋㅋ어?"
"....아니...♪♪♪씨 좀 부탁합니다."
앗. -_-..
앗. -_-.....
앗. -_-.........
......
그녀석이 아니다.........@_@
모냐..목소리도 비슷한 이 인간은 누구냐 대체...
"저..전데요..누구시죠 -0-;;쿨럭"
"...크흠(못마땅한 목소리...ㅠㅠ), 며칠전에 일본어 관련해서 어쩌구 저쩌구 했던...누구누구입니다.."
"흐억. 죄송합니다. ㅠㅠ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네.....(침묵)"
....
....
....
일 때문에 온 전화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나는 울 집 전화번호를 상대방에게 알려 줬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농담은 씨알도 안 맥힐 것 같은날카로운 상대방의 목소리에 나는 진땀이 뻘뻘...
따박따박 업무 얘기만 하고 전화 끊고나니
옆에서는 이미 상황 파악 끝난 언니가 허리가 끊어져라 웃고 있다...
제길슨. 된장 같은 ....ㅠㅠ 일이다....
아 글쎄, 왜 집 전화로 하냐고? 핸펀 번호 뻔히 알면서...라고 해 봤자 이미 늦은 일...
아주 중요한 일이 걸려 있었는데.....
언니 말마따나삼순이도 안 할 짓을 저질러 버린거다.
완전 새 됐다. 하여간 이 놈의 입이 문제야.
으 창피해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