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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추어천문학회 3급연수 1회차 교육 깍두기 참가_과천과학관에서
    골판지 2013. 3. 24. 00:51

    중학교 때 내 방은 아주 작았지만, 방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창이 한쪽 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매일 밤 이 창가를 따라 길다랗게 놓인 침대에 누워 이마 바로 위에 밤하늘이 펼쳐지는 작은 호사를 누리곤 했는데, 옆집 건물들로 가리워져도, 공해로 좀 뿌옇게 보여도, 거기서 보이는 손바닥만한 밤하늘이 그렇게 좋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학기초에는 반친구들보다 밤하늘의 별들이 더 다정한 말벗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고입, 대입 등 개인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면 하느님도 부처님도 찬란한 태양도 아닌 밤하늘의 달님 별님에게 바람을 속삭이곤 했다. 천장에 유치원생들이나 붙일 법한 야광 별로 북두칠성을 꾸며놓고, 당시 내겐 많이 어려웠던 <과학동아>나 <뉴턴>을 구독한 것도 오로지 별 때문이었는데….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지구과학과 물리가 너무 어려워 천문학도가 되는 것은 포기. 그렇다, 나는 천상 문과형 두뇌를 타고난 인간이었다.ㅎㅎ

    그래도 가끔 무지한 머리와 맨눈으로라도 보겠다며 별보기를 시도했지만, 빛공해 심한 도시에 살면서 변변한 쌍안경 하나 없던 내가 볼 수 있는 별이라야 고작 북두칠성, 아주 운 좋은 날 카시오페이아 정도? 그나마 이런 별들이라도 올려다본 날이 며칠이나 될까? 그 사이 우리집은 평수를 넓혀 이사를 했고 내방 앞에는 창고와 다름없는 베란다가 버티고 있어 누워서 밤하늘을 보기는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한겨레문화센터를 다니며 고등학교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름의 대삼각형'이라는 습작 만화를 그린 것을 끝으로, 별밤과 나 사이의 밀월관계(?)도 끝나고 말았다. ㅎ(고3 어느 여름날 야간 자율학습 시간, 친구와 둘이서 여름의 대삼각형을 찾겠노라며 <뉴턴>을 들고 학교 옥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우리 학교를 내려다보듯 서 있던 인근 아파트의 고층 주민의 신고로 학생주임에게 끌려내려간 적이 있다. 이때 일이 힌트가 되었다. ㅋ)

    이후 거의 땅만 보고 산 날들. 먹고사는 데 별 지장은 없었다. 그래서 10년 가까이 지낼 수 있었나 보다….


    그러다가 작년 12월말 어떤 이유로 세상이 참 싫어지는 경험을 했고, 급기야 올해 1월 어느 날 정말 충동적으로 천체관측에 대해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땅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하늘 세상이라도 바라보며 위로받고 싶었나보다. 불순한 동기인들 어떠하랴. 그 결과 난데없이 오로라여행을 다녀오더니, 거기서 알게 된 충남대 천문학과 이태형 선생님의 권유로 아마추어천문학회 서울지부에까지 가입하게 됐다. 

    오늘(03/23)은 그 모임에 처음 나간 날. 3급지도자 연수과정의 첫 번째 교육일이었다. 나는 연수를 신청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취소한 경위가 있는데, 그래도 첫날 수업만이라도 듣고 싶어 깍두기멤버로 참여한 것이다. 토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과천과학관 천문대를 찾았다. 

    예정시각인 오후1시를 훌쩍 지나 시작된 첫날 교육. 연수 참가 멤버 및 운영진 소개가 있은 후 첫 강의는 메시에 마라톤에 관한 것이었다. 메시아? 메시에? 혜성과 비슷한 천체를 밤새 순서대로 관측하는 것이라는데, 다행히 진짜 뜀박질하는 마라톤은 아니었지만 이 천체관측 마라톤에 대한 설명조차 왕초보인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호핑이니 M49니 도대체 이게 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들이란 말인가. -0-;; 첫날부터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살짝 긴장 했던 마음, 아니라길래 다시 살짝 놓았더니, 이건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들어 아예 정신줄을 놓을 정도였다. 게다가 나 빼고 그 누구도 이런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는 듯. 할 수 없다. 일단은 개념만 파악하고 나머지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


    메시에 마라톤 강의가 끝나고 잠시 고천문학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이른 저녁을 먹고 국내에서 규모가 꽤 큰 축에 속한다는 이곳 플라네타리움에서 우주여행도 했다. 인공밤하늘이란 걸 알면서도 137억광년 외계 여행을 끝내고 지구에 귀환(?)하자 왠지 밀려오는 감동…. B612로 돌아가는 어린왕자의 심정이랄까? ㅎ 한없이 작기만 한 지구가 귀엽게 느껴진다. 나는 그 지구보다도 무한히 작은 존재인데도. ㅋㅋ 

    이어진 것은 해, 달, 별에 관한 이태형선생님의 두 시간짜리 강연. 옐로나이프 통나무집 안에서 분명 다 들은 내용인데 다시 들으니 그때 내가 빠뜨리고 못 들은 부분도 참 많았던 모양이다. 언제 들어도 유쾌명쾌한 강의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별부스러기'라는, 선생님의 흥미로운 전생관(?)이었다. 예전에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 있는 일본 아카펠라 그룹 'The Gospellers'의 <星屑の街>(星屑는 별부스러기, 별가루라는 단어로 직역되지만, 星屑の街 전체적으로는 '별빛 부서지는 거리'라 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듯)이라는 노래도 생각나며 내가 태어나기 전, 아니 태양계가 탄생하기도 전의 '나'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밤이 되어 드디어 망원경실로~ 그런데 이노무 날씨가 웬 심술인지~ 낮에는 그리 좋던 날씨가 밤이 되면서 구름이 끼기 시작해서(이것은 옐로나이프의 데자뷰??) 맨눈으로 보이는 별이라야 몇 개 되지 않았고, 망원경으로 보는 별은 망원경 안에서는 너무나 또렷한데 눈을 망원경에서 떼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면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사실 그다지 큰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 잘 접할 수 없는 값비싼 망원경 구경도 좋지만 나는 고개 숙여 망원경을 내려다보기보다는, 비록 별은 잘 안 보일지언정 고개 젖히고 너른 하늘을 보고 싶다. 어쨌든 오늘 서울은 밤에 1시간 정도 전깃불을 끄기로 한 날이기도 해서 밤하늘 관측하기에 나름 좋은 조건이었던 것 같은데 구름이 많이 낀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고 느낀 건, 별과 숨바꼭질하는 심정으로 하늘을 뚫어지게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진짜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간절한 마음으로 인해 일어난 착시인지, 뿌연 하늘 한복판에 별이 하나둘 몇 개나마 보이더라는 것…^^ '장비나 지식이 풍부하면 당연히 그만큼 더 잘 보이겠지만 사실 별은 마음의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는 한 조교님의 낭만적인(?) 말씀이 슬며시 와 닿을락 말락. 다시 침대에 누워 맨눈으로 별을 바라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에 오는 길. 밤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아까 잘 안 보이던 별들이 오히려 우리 동네에서 더 잘 보인다. 그 빛에 홀린 듯 걷다가 결국 주차되어 있는 남의 집 차 범퍼에 다리가 부딪히고 말았지만…그래도 좋아. :)

    연수 두 번째 모임은 영월 별마로 천문대에서 한다는데 그때는 일정상 참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다음 기수 연수에 참여할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고(내년 3급 과정 첫회차 연수는 03/29에 있을 예정이라고 함. 이날이 달도 없고 관측하기 좋은 날이라나~) 그 사이 나도 이것저것 책도 뒤져보며 공부 좀 해야겠다. 그때가서도 '호핑이 뭐냐'는 질문을 할 수는 없지 않나.ㅎㅎ

    일단, 쌍안경부터 하나 사고. >_< (Yeah!!!)

     

    아래는 과천과학관 망원경실에서 본 반사망원경(위)과 굴절망원경(아래). 크기는 반사망원경이 훨씬 컸는데 성능?(구경?)은 굴절망원경이 더 좋았던지 담당자가 이 굴절망원경의 스펙에 대해 설명하자 뭣 좀 아는 사람들은 탄성을~나는 들어도 몰라서 그냥 눈만 말똥말똥~ ⊙_⊙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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