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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입으로만 진보를 외치고 행동은 불일치한다는 입진보.
그간 이 점이 내심 창피했는데,
이번 선거기간 동안 깨달았다.
'입진보도 할 일이 있구나.'
3번 이하 당은 찍어본 적이 없는 엄마와
수십년 동안 단 한번도 야당은 찍어본 일이 없는 골수 보수 울 막내이모,
투표장 안 간 지 십년은 족히 넘었다고 하시는 이웃 아주머니를
기어이 '투표의향 있음'으로, 특히 정당투표에서 '노란당'으로 이끌었다.
모두,
'입으로'였다. 그나마
특정 당이 나라를 어떻게 망치고 서민생활을 얼마나 파탄으로 이끌어왔는지,
정치가 왜 중요한지, 꼴보기 싫어도 왜 포기하면 안 되는지,
능력있고 청렴한 이가 짠하고 나타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왜 우리가 발굴, 지원해줘야 하는지,
같은 것은 별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거의 회유와 협박, 감언이설을 통해서였다.
다급하기도 했지만
나도 그저 흔해빠진 입진보였지
정작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정책, 공약 등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챙겨둔 '귀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입도 아주 쓸모가 없지는 않았다.
허허. 하하.
사실 '입'이든 '귀'든 '코'든 뭐든 상관 없다.
보수도 진보도 어찌 보면 참 임의적인 구분일 때가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식이 몰상식에 지지 않고 '정의'가 불의에 무시당하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이 사람 대접 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는
뭐니뭐니 해도 투표하는 '손'에서 온다는 것.
내일은 일찍 투표장에 가야겠다.
입진보는 하루 멈추고 '손'진보가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