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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금) 종로 서점 나들이
    걷고 쓰고 그린 것들/터벅터벅 2019. 7. 10. 00:29
    얼마전 일 때문에 멘붕 온 다음날
    기분전환이나 할 겸 찾아간 종각역 영풍문고.
    그간 인터넷서점 위시리스트에 올려놨던 책들을 하나씩 직접 살펴보며 혼자만의 책도락에 빠져있다 보니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는데도 어느새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미정국수'.
    오 년 전 이 근방 학원에서 잠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 집 아니면 '이요제면'이라는 일본식 우동집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우동집은 사라졌지만 멸치국수집은 살아남았다. 백종원표 프랜차이즈의 힘인 걸까.
    어찌 됐든 혼자 괜히 반가운 마음.


    냉국수를 한 사발 드링킹하고
    스벅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으로 뱃속의 냉기를 달랜 후
    다시 서점으로 복귀하려는데
    스벅 건물 지하 1층으로 통하는 계단 앞에 입간판 하나가 보였다.
    '종로떡방-아름다운 가게'라고 적힌...
    아름다운 가게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에서라면 전에 우연히 <히파티아>를 건진 적이 있고
    마침 이날은 오로지 책만 보기 위해 외출 나온 거였기에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즉시 둘러보기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주 올라오시는 할아버지 한 분의 손에 바로 조금 전 구매하신 듯한 책 서너권이 빼곡히 담긴 종이백이 들려있었다.

    흠...그렇게까지 살 책이 있으려나...?



    계단을 내려가자 바로 나타난 가게 문.
    '종로책방'보다는 '종로떡방' 내지는 '종로점빵'이 어울릴 듯한,
    요즘식으로 보면 뉴트로한 비주얼의 문이 손님을 반긴다.


    막상 들어가보니 점포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소설 코너에는 아는or관심 가는 작가의 책도 별로 없고...
    오늘은 소득이 없으려나보다, 하며 나갈까 하다가
    과학책 코너를 지나치는데...
    으잉.
    ...???
    후쿠오카 신이치의 <모자란 남자들>...?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
    프리먼 다이슨의 <과학은 반역이다>...?
    뭐지...이거 설마 저 보라고 이렇게...????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번역본, 혹은 관심가는 작가의 전작들이 나란히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앞의 두 권은 내가 알기로 대중적으로 그다지 많이 알려진 책은 아니며 그 중 후자는 심지어 절판된 상태...
    이걸 사 말아 사 말아..어차피 읽긴 다 읽었는데...
    고민하다가 <우주로부터의 귀환>만 집어들었다.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로 빌려 엄마 보여드렸더니 무척 재미있어 하셨는데
    한번 반납하고나자 이상하게 다시 잘 안 빌리게 되어
    중간까지만 읽으시고 멈춘 상태여기 때문...
    <모자란 남자들>도 참 재미있는 책이고
    주변에 광고도 해보았지만
    분자생물학자가 쓴 책이라는 게 장애물로 작용한 걸까,
    영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에 누구 사주는 건 단념....ㅠㅡㅜ
    프리먼 다이슨의 책은 얼마전에 e-book으로 <의도된 실수>를 샀는데 그것부터 읽어보자고 스스로를 달래며 내려놓았다.
    그.러.나...책 열 권 사면 그 중에 세 권 정도 읽나?
    <의도된 실수>도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건 안 비밀...ㅎ
    아무튼 엄마 드릴 책만 세 권을 사고서야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이렇게 세 권 해서 만사천 원 정도 나왔다.

    책 상태도 비교적 좋다.
    대형 인터넷서점 중고서적 부문에서는 줄 친 책은 난 받아준다던데
    아름다운 가게는 정책이 다른지
    줄이 좀 쳐진 책도 있었다.
    하지만 난 상관없지롱...
    오염되거나 너무 낙서가 많아 읽기 힘들 정도만 아니라면
    오히려 어느 정도 사람의 흔적이 있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까 마주 올라오시던 할아버지처럼 나도 작은 종이백 가득 전리품같은 책을 담아서 올라오는데
    이렇게 뿌듯할 수가~ㅎㅎ
    자식은 태어나서 세 살까지 평생 할 효도의 대부분을 한다는데
    책은 사자마자 이미 값을 다하는 것 같다.
    사기만 해도 내가 막 지적이고 우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어디가서 느끼기 힘든 황홀경을 하루 정도 맛보게 해주니...ㅎㅎ


    예상에 없던 책들이지만 쇼핑도 하고
    차도 마시고 배도 부르니 다시 영풍문고로 고고씽~
    ...하다가
    참새 방앗간처럼 그냥 못 지나치는 곳
    다이소에 들러 ㅡ.ㅡ
    또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들을 구매했으니;;;
    미니 칠판과 장식용 이젤이 그것이다...
    오늘의 내 작태(?)를 그림으로 남겨보고...


    다시 돌아온 영풍문고 에세이코너에서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있을 무렵,
    왼쪽 귀와 오른 쪽 귀에 들리는 음악이 달라 신경이 쓰였다.
    이어폰을 꽂고 있지는 않았다.
    왼쪽에서는 영풍문고 bgm이 들리고
    오른 쪽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
    한때 무한반복 듣기도 모자라 벨소리로까지 썼던 오시오 코타로의 다소 청승스런 클래식기타곡 'Twilight'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사실 클래식기타 특유의 청승스런 음색은 단점이라기보다는 매력인데
    더 멋지면서 딱 들어맞는 말을 못 찾겠다..^^) 아티스트 이름은 '샤누아&밤하늘별빛'이라고 함.
    잠시나마 귀가 호강했다. 잘 들었어요. ^^


    위 책들은
    서점에서 실물 확인하고 사기로 결정한 다음
    예스24에서 중고로 산 책들.
    세 권에 온갖 포인트, 쿠폰 신공 총동원해서 이만 원 정도.
    이렇게 돈이 굳었으니 다음 번 책은 새 책으로 고고~~!!!
    역시 쿠폰은 모두 장전 완료된 상태, 결제만 남았다.

    어느 기분 우울한 날 사면 더 좋겠지.
    물론, 하나같이 언제 읽을지는....
    다시 말하지만,
    책은 사는 그 순간 이미 책으로서 줄 수 있는 기쁨을 다 준 거니깐. 흐흐


    마지막으로, 집에 오는 길에 언니와 안양역에서 만나 먹은 빨봉분식 오므라이스 사진.

    난 왜 서점에만 가면 오므라이스가 그렇게 땡기는지 모르겠는데

    서점을 출발하기 전부터 '오늘 저녁은 오므라이스'라고 정해놓은 상태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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