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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점에가서 이런저런 책들을 서서 읽는데눈에띄는 책이 있었다.
이름하야 '흡연 여성 잔혹사'
문득 꼭 4년 전 이맘 때 쯤
아직 PC통신이란 게 살아있을 때,
유니텔 토론광장에 내가 개설해서 몇 주 간 방문자 수 톱을 기록했던
토론방이 생각났다.
방제는 '지붕 없는 곳에서 여자는 담배 피면 안 된다?'.
토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열었던
유일한 토론방..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숱한 글을 남겼지만
방을 닫을 무렵 내게 남은 것은
'아, 내가 이런 나라에서 살아왔구나'하는 자괴감..비스무리 한 것..
4년 전 어느 날 사당역 근처 안양방면 버스 정류장에서의 일이다.
친구와 함께 늦은 저녁 귀가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날씨는 꽤 매서웠고, 버스는 오지 않는 가운데 나는 별 생각없이 담배를 빼 물었다.
그런데 불을 붙이자마자 느껴지는 살기 비슷한 어떤 시선에
그저 아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몇 미터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30대 초중반 정도의 아저씨가
당장이라도 한 대 갈길 기세로 나를 향해 이를 갈며 눈을 부라리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와함께 그 눈초리에 질려 저 멀리로 자리를 피했지만, 머지않아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내 그비겁했던 행동이 생각나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때 까지만 해도 순진했던 건지..
만인의 아고라에서내 이 가당찮은 경험을 하소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고, 그래서 토론방을 열었다.
PC통신의 게시판에는 나름의 룰이 있어서, 논객이나 그들의 글이나
지금의 다음 뉴스 100자평 죽돌이같은 허섭쓰레기 오합지졸들과는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얼굴도 모르는 나와 태어나지도 않은 내 미래의 2세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