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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fighter!!! ----Round 1----걷고 쓰고 그린 것들/Tokyo Fighter 2004. 9. 11. 01:44
하하..제목 거창하다..-_-; 사실은..어떤 일본인으로부터받은 선물 중에
"ソウル ファイター(Seoul fighter)"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그 책 내용이, 마침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취업비자를 얻어 일하러 온
일본인 木村彩日香(きむらあすか)씨가 겪은
2년간의 (전쟁같은) 서울생활에 대해 적어내려간 이야기이다.
읽으며 적잖은 반감이 들었지만(기회가 닿는대로 썰을 풀어보겠음..-_-+)
'fighter'란 단어가 주는 어감만큼은 적절하다 싶어 따라해보는 것임 ㅡㅡ;;
아마 이 워킹記 포스트가 늘어감에 따라
왜 fighter라고 할 수 밖에 없었는지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당...;;;
바로 전편에 이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첫날을 보낸 레테 일행은
다음날 느즈막이..눈을 떴다.
'눈을 떴다'고 쓰는 이유는 아무도 감히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흘러 겨우 몸을 추스른 세 여자는 아점을 먹기 위해 외출..
사실 전편에 쓰진 않았지만도착한 첫날자기 전 잠깐편의점인지 수퍼에 들러
즉석밥(햇반)과 부식을 좀 사온 기억이 있는데
언니들이 먹고 있는 동안 나는 멍하니 벽만 보고 있었다..ㅡㅡ;
집까지 오는 동안 얼이 빠졌기 때문;;
그래서 다음날 아침 가장 속이 쓰린 건 본인..
집을 나와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겨대는 장어구이집을 지나는 산책코스를 따라가니
오른편에 마츠야(松屋)라는 규동집이 보인다.
가게 앞에서 성냥팔이 소녀처럼내부를 응시하던 우리는
포스터의 음식사진을 보고 용감히 안으로 진입..
출근시간대는 조금 지나있으나몇 명의청,중장년층 남자들이
바 타입의 U자형 탁자에 둘러앉아 끼니를 때우고 있다.
당당히 세 칸을 차지하고 앉은 세 여자.
우리끼리 한국어로 열심히 메뉴를 상의하고..할머니 점원을 불러 주문을 하는데!
이 할머니우리 주문은 듣지도 않고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뭐라 한다.
할머니의귀가 안들리시나하고 사진을 짚어가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우리-__-;
할머니의 손가락 끝을 보니 기계가 있다..
밥만 먹는 척 하면서도 열심히 시끄러운 한국인을 주시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시선이 꽂히는 가운데
기계에 가보니
식권 자판기였다...ㅡㅡ;소심한 우리는 얼굴이 다화끈화끈..
병아리 눈꼽만큼의 반찬을 곁들인 정식세트로
나름대로 화려한 식탁을 구성해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
내가 절반이나 먹었을까? 하는 동안 두 언니는 다 먹고 가게 앞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런데..언니들이 나간 후
만 하룻동안 아무것도먹지 못한허기와
어제의 극기훈련으로 생긴 오기가 맞물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다보니
식도에서 이상한 기운이...
술을 먹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쏠리는 거였다...ㅡㅡ;
그러더니 어느 순간...
...하는구역질 소리를 토해내는 바람에 시선은 또다시 집중..
갑자기 무리를 한 몸에다가, 빈 속에 들어간 음식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려했던 것..
그 와중에도 "음식을 버릴수는 없다"는 집념만은 상을 받아야 마땅-_-했지만
나만 나가면 젓가락 소리만 날 것 같은 가게 안에서
구토소리를 내며 남의 밥맛까지 떨어뜨릴 순 없지 않은가...ㅠㅠ
게다가 모두 남자 손님..
결국
식사를 남긴 채 중도하차..괴롭디 괴로운 첫 식사를 마치고 말았다........
밥 한 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_-;;;;
이 곳에서의 결코! 생활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었던
많고많은 에피소드들 중의 하나였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