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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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35] 초록이 꺼지지 않도록 체력을 키우자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20. 4. 10. 14:23
제목을 처음에 '공간에 초록이 떨어지지 않도록'이라고 적는데 '초록이'를 구글이 멋대로 '체력이'로 바꾸어버려 수동으로 수정해야했다. 사실 내게는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오타다. 작년 가을 이후, 특히 올해 1-2월 컨디션이 최악을 찍으면서 나와 동시에 먼저 나가떨어진 게 작업실에서 키우던 식물들이었다. 물 줄 사람이 없어 집에 갖다놨는데 겨울이라고 환기를 잘 안 하는 사이 오히려 하나둘 시들어 다섯 개 중 무려 세 개가 생환하지 못했다. 키우기 쉽기로 유명한 홍콩야자와 무늬아이비, 몬스테라였다. 심지어 물꽂이 ㅠㅡㅠ 내 몸이 안 좋으면 키우는 식물에도 눈이 잘 안 가는 게 씁쓸하지만 사실이다.. 동물 키우기처럼 끊임없이 '손'이 가지는 않지만 식물을 키울 때는 항상 '눈'이 가야 한다. 남은 화분들을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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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녀로 소문남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8. 10. 30. 16:41
* 제네시스랑 아무 상관 없으니 클릭하신 분들은 돌아가세요~ ------------------------------이하 2018년에 작성한 원본 글(일기)------------------------------ 자리에 하나둘 갖다놓은 화분들 덕에 이 구역 화분녀로 소문남 ㅎㅎ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 사이에) 요몇년 내가 했던 일들 가운데 가장 잘 했다 싶은 게 바로 이것. 보기에도 좋고 아무래도 공기도 조금은 좋아졌을 테고 넘 맘에 든다 ㅎㅎ 이쁘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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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야자 물꽂이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8. 5. 18. 01:19
올해 들어 시도한 물꽂이 성과가 형편없다. 4전4패. 흙 한줌 없는 건물 외벽에서 비바람 찬이슬 맞아가면서도 끄떡없는 아이비와 극강의 생명력을 자랑한다는 스킨답서스를 한꺼번에 수장시켜 버리고 말았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원톤이 아닌 투톤, 즉 얼룩무늬 품종이었다는 것. 그런 품종들은 무늬 없는 오리지널에 비해 생존력이 약한 편이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 열심히 위안을 삼아보지만 성공하면 주겠노라 주위에 설레발만 쳤다가 거짓말쟁이가 돼 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까는 불현듯 '너무 덥다'는 생각에 시원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계획에 없던 테이블야자 물꽂이를 시도했다. 이태 쯤 전 큰 화분으로 이사한 후 밀림 수준으로 무성해진 테이블야자 무리에서 한 포기 뿌리째 들어내 흙을 턴 뒤 물병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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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길이 만세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7. 9. 25. 23:36
5월초에 이케아에서 사온 영길이(우리집 녹보수 이름)에게서 거의 무려 다섯 달만에 처음으로 새 잎이 났다. 그것도 한꺼번에 다섯 장이나~ 아이 좋아ㅡㅋㅋㅋ 사올 때부터 잎 색이 누리끼리한 게 영 비실비실해 보였지만 수형 하나 마음에 집어들었는데 여름이 다 가도록 새 잎이 나긴커녕 해충이 알을 까질 않나 통째로 떨어지고 엎어지고 하느라 네 번이나 분갈이를 하게 되질 않나 가을~겨울 사이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ㅠㅡㅠ 감격감격... 아 이 글을 쓰며 화분을 빙 돌려 속을 들여다보니 다른 줄기에도 새 잎이 돋아있네! 너무 작아 잘 안 보이지만 최소 다섯 장, 아니 열 장 이상!!! 그리고 또 그 옆에도 '움'이 트려 하고 있다! '움'하하하하ㅡ!!! >0< 남친 집에 사다놓은 녹보수도 이랬었다.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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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祖がえり_모자를 벗고 싶은 고무나무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7. 9. 8. 23:59
집에서 키우는 벵갈고무나무 이파리 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얼룩무늬도 점점 흐려져서 아예 아무 무늬도 없는 잎이 늘어나고 있다. (위: 유월 초, 들여온 당일 찍은 사진 / 아래 : 며칠 전인 구월초에 찍은 사진. 처음 이상을 감지한 게 칠월 초의 일이니 고작 한달 사이에 이 정도로 급격한 색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문제를 인식하자마자 고무나무의 위치를 북동향 뒷베란다에서 남서향 앞베란다로 옮겼지만 앞 건물 그림자에 가려 낮동안에도 여전히 충분한 광량을 확보하기가 힘들었다. 가장 햇빛이 셌던 팔월 중순에 났던 잎 세 장을 빼고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었고 구월 들어 일조량이 줄어들자마자 다시 잎 색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럴 바에야 다시 원래 위치였던 내 방 옆 뒷베란다에 갖다두고 식물용 인공조명을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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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호와 극혐 사이의 거리보고 듣고 읽은 것들/세상을 보는 한 컷 2017. 9. 1. 10:27
엊그제 출근길에 주운 메타세콰이어 이파리. 그냥 책상 위에 뒀더니 당연히도 잎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조글거리며 뒤틀리길래 물에 담가봤다. 그러자 반나절도 안 돼 물에 불린 미역처럼 다시 처음 모양을 되찾는다. 이대로 뿌리가 나서 다시 나무가 되진 않겠지만 무언가 잃었던 생기를 다시 찾는 모습, 그러면서도 물속에서 흐느적거리며 힘은 한껏 빠져 있는 모습이 묘한 힐링효과를 준다. 메타세콰이어 잎은 오늘따라 잘 빠지게 그린 눈썹처럼 얄쌍한 잎들이 취침시간 내무반의 풍경처럼, 혹은 참빗의 살처럼 가지런히, 데칼코마니를 그리며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다. 책상 위에는 테이블야자가 푸릇푸릇한 머리칼을 치렁치렁 드리우고 있고. '아 나는 이런 형태의 생물의 모양을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이 잎과 아ㅡ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