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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규탄 및 성폭력 처벌법 강화를 위한 촛불시위골판지 2004. 12. 26. 01:37
..라는 긴 이름의 집회에 다녀왔다.
평상시 정치에건..사회문제에건..그다지 열혈처자는 아니었기에
이런 데를, 그것도 크리스마스 날 간다는 말에
뜨악해하는 주위사람도 있었으나...
먼저 가자고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남친이었다.
그 생각이 어쩐지 갸륵--;;하기도 하고
집회의 취지가 또 너무나 피부에 와닿는 문제인지라 나도 흔쾌히 동의..
물론 크리스마스. 다른 식으로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오늘(25일) 한다는걸(결국 결정적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음)...;;
오후 5시 종각역 4번 출구 앞. (원래 4시인데 정확한 장소를 숙지하지 못한 탓에 헤맴;)
도착해보니 이미 관련까페의 회원들이 나와서 피켓을 들고 행인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일단 서명을 한 뒤
바로 뒤의 '파파이스'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와
촛불을 밝히고 같이 구호를 외치며 사람들의 서명과 관심을 촉구했다.
대개 추운 날씨에 더군다나 이런 휴일에 서명운동이란 게 성과가 높지 않은 편일텐데도
참여도는 높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공감대가 형성되기 쉬운 여성들의 참여가 월등히 높았다..
물론 개중에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문득 그 취지를 알았는지 발을 멈추고
여친(혹은 부인?)의 소매를 잡아끌어 서명을 하고 가는 남자도 있었고,
마침 그 곳이 약속장소였는지 십 여 분 넘게 서성이며 우리와 눈을 마주쳤으면서도
끝끝내 그냥 지나쳐가는 여자도 있었다.
단순히 성별로 편을 가르고 매도하고 욕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아저씨나 청년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응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그런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이 추운 날에도 그 까페의 회원들은 목청을 돋우고 있는 거겠지만.
다음 달 중순이면 내 핏줄이나 다름없이 귀여운조카가 태어난다.
친구부부의 2세인데, 미리 딸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태어나 자라서 받아들이게 될 대한민국은
적어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나라 보다는
덜 가슴 아프고
더 살기 좋은
그런 나라이기를 바라면서
다녹아내린 초를 반납하고
남친과 나는 늦은 귀가길 전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