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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딜 가나 삼성, 삼성, 삼성...
    골판지 2009. 4. 2. 22:28

    맞지 않는 학풍의 학교를 다니느라 힘들었던 게 바로 몇 달 전 일인데
    졸업을 하고나니
    이제 아예 사방이 삼성으로 막힌 느낌이다.
    우리나라가 다 그렇지만
    이 바닥에서도 삼성의 힘은 절대적이다.
    급여수준도 수준이지만
    일단 삼성에 들어가면 일 하나는 확실히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 중에도 삼성에서 일한 경력을 환영하는 데가 많다.
    그리고 그래선지 이 불경기 속에서도 취업을 한 친구들은 거의 삼성과 그 계열사로 갔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그 모집공고를 나도 봤지만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입사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그저 축하나 해줄 뿐
    나와 아무 상관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옆반 동기 한 명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자기네 반 선생님께서 이 친구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시며
    사람 두 명을 더 모아오라고 하셨다 한다.
    한달 월급 40만엔에 근무지는 일본 군마현...
    여기까지 들었을 때에는 눈이 번쩍 뜨였지만
    그러면 그렇지, 
    삼성SDS란다...

    갈 생각을 굳히고 있는 친구 앞에서
    차마 '삼성'이라 싫다는 말은 못하고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난 못 할 것 같다고 적당히 둘러댄 뒤
    전화를 끊는데
    마음속이 복잡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정말로...
    내게 수없이 묻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심란하게 보내고
    가까스로 마음을 정리하려는데
    방금 전에는 주임교수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어떤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시며 거기 게시글을 보고 생각이 있으면
    내일 오전중으로 전화를 달라는 문자였다.
    아마 추천장이라도 써 주실 모양이다.
    들어가봤더니...
    삼성 구인공고였다. ㅠㅠ
    #@%@^$^@&!!!
    (교수님 죄송)

    그래, 안다.
    안다고,
    우리나라 삼성 공화국인 거.
    삼성 잘난 거 다 안다고.
    반면 
    까놓고 말해 내가 내세울 게 뭐가 있나.
    저런 얘기 해주는 것도 황송하지.
    근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온통 삼성, 삼성, 삼성 투성이면
    나 같이 삐뚤어진 사람들은
    도무지 발붙일 곳이 없잖아?
    쳇.
    작년에도 블로그에 썼었는데
    어떤 다른 과 교수 한 분이
    공통과목 수업 시간에 
    삼성에 일자리 났는데도 안 가겠다는 학생(내게는 선배가 되는)이 있어 이유를 물었다가
    '철학이 맞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기가 차다며
    그 학생을 대놓고 비아냥거린 적이 있었다.
    한 마디로
    정신차려라, 이거겠지.
    이번에 나도 '관심 없다'고 하면
    후배들 앞에서 똑같은 비아냥을 듣는 건가.

    아아
    아아아
    입이 쓰다. 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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