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실에서_26] 엄마와 팥죽걷고 쓰고 그린 것들/기억의 습작 2019. 12. 23. 14:39
중앙시장 시골죽집은 엄마의 참새 방앗간이다.시내 나갔다가 중앙시장에 들르는 날에는 한여름이 아니면 이 집을 꼭 찾으신다.
어제는 동짓날이었고, 언니가 근처 프랜차이즈 죽집에서 팥죽을 사와 먹었다.
하지만 엄마는 영 성에 차지 않는지 아침부터 시장 죽집을 가자 하신다.
언니는 언니대로 일이 있고 나도 작업실에 일찍 나가려던 참인데...
못 가겠다 하자 엄마는 '그럼 혼자 가야지 뭐' 하신다.
여느 날 같았으면 그러시게 했겠지만 오늘은 결국 따라나서고 말았다.
시키는 메뉴는 엄마는 팥죽, 나는 호박죽, 거의 정해져 있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중앙시장 시골죽집.
죽그릇 앞에 앉은 엄마는 할머니가 되었고
나도 초등학생 아이 하나 데리고 다닐 법한 나이가 되었는데
이 집 죽맛은 변하지도 않네.
그래도 아직 엄마랑 이렇게 죽도 먹으러 다닐 수 있고
갑자기 살짝, 행복함의 현타가 밀려온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