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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촌 vs 1300년골판지 2012. 12. 28. 11:29
요즘 종종 보게 되는 NHK의 재연 프로그램이 있다.
'패밀리스토리', 즉 '가족사'란 타이틀을 걸고,
방송국측이 일본 유명 연예인들로부터 그 사람의 가족사 조사를 의뢰 받은 뒤
이를 조사, 재구성하여 시청자와 함께 거슬러 올가가는 프로그램이다.어제 본 프로그램에는
'南果步'라는 이름의 재일교포 여배우가 출연했다.
그냥 재일교포라 해도 관심이 갔겠지만, 한국에서도 희귀성에 속하는 남씨로
나와 성이 같다 보니 더 관심이 갔다.프로그램은
그녀의 조부모가 일제 강점기 시절의 한반도에서 어떻게 만나 결혼을 하고
일본에 건너와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였으며
역경의 세월을 이겨내어 현재의 그녀에 이르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이 와중에 나도 몰랐던 한국의 남씨 집성촌을 찾기도 하고,
원래 남씨의 시조가 당나라에서 일본을 향해 가다가 풍랑을 만나 한반도에 불시착한 중국인이었으므로
무려 1300년 전 그가 태어나 살았던 곳(중국 허남성)을 찾아가기도 한다.
한반도 남씨의 시조가 중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점은 전에 들어 알고 있었지만
조사를 의뢰한 여배우는 한반도에서 한번 더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정착하게 된 재일교포의 후손으로서,
방송을 계기로 이 점을 처음 알게 된 모양이었다.흥미로웠던 부분은,
취재진들이 허남성의 집성촌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가
1300년 전 사라진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입신양명하여 황실의 사신에까지 오르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신 그 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라고 정말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이었다.이 순박한 할아버지의 진심을 비웃을 생각도, 의심할 마음도 없다.
다만 1300년이나 전에 살았던 멀고 먼 조상을 떠올리며 흘러나오는 눈물은
육신에 대한 애틋함의 발로인지,
아니면 타인에 가까운 어떤 이의 비극에 대한 연민의 마음의 표현인지....
반기문씨가 UN 사무총장이 되자 중국의 반씨 집성촌에서 그렇게 환호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희귀성이라 더욱 그런 것일까.그다지 희귀성은 아니신 것 같지만,
새삼 36촌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폭로(?)해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어떤 분이라면 그 느낌을 아시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