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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하라 1889원....
    골판지 2020. 9. 10. 19:13

    얼마전 시사인 기사를 통해 알게되어 구독중인 뉴스레터 어피티의 유투브 동영상을 보다가
    정부에서 만든 어카운트인포라는 앱을 강추하길래 깔아보았다.
    여기저기 잠들어 있는 계좌나 보험 등의 잔액을 알려주는 앱이라 한다.
    잊고 지내는 계좌 잔액 확인은 전에도 몇번 해봤지만 큰 수확(?)은 없었기에
    반신반의하며 깔았는데...
    역시나...난 돈에 관해서는 너무 미니멀리스트였어...
    굴러다니는 잡동사니같은 돈이 나 몰래 있을리가. ㅋ

    그런데..

    오늘 다시 접속해봤다가 이상한 계좌를 하나 발견.
    우리은행 계좌인데
    개설 지점이 ‘응암동’...???
    전에 ‘응답하라 1988 응암동’ 포스팅을 한 적도 있듯, 나는 응암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
    아니 그럼 그때 만든 계좌란 말인가???
    개설일을 보니 1986년...2월 3...일....왓?????
    최종입출금일은 1989년 5월 8이이이이이일????
    뭐야? 이건??
    .....
    ........아..
    ................그렇구나....
    내 계좌구나. 생애최초 계좌...
    생각났다.
    어려서 설날 세뱃돈을 받으면 꼬박꼬박 입금하던 통장이 내게도 있었다는 사실이.
    하지만 입금만 했지 단한번도 출금을 못 해본 계좌가 있었다는 사실이!(당시 무지랭이라 출금을 할 줄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부지런히 입금한 내 세뱃돈 통장은
    내 허락이나 승인따위 필요도 없이 부모님의 비상금 통장이 되어버렸고
    집 장만하는 데 푼돈이나마 요긴하게(이건 그나마 내 바람) 쓰였을 거라는....것.....
    세뱃돈 받아 부모님이 쏙쏙 빼가시는 일이야
    한국 일본 중국 아시아3국 공통으로 방방곡곡 가가호호 있는 일인가보다마는,
    우리 부모님은 그 뒷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신 게다.
    요즘 애들과 달리 그 당시 나는 또래에 비해서도 한층 더 어수룩한 편이었는데(=멍충미가 있다고나 할까)
    일찌감치 그 점을 아시고 돈을 빼쓰신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통장을 남겨두신 것 ㅋㅋㅋㅋㅋ
    우수리까지 몽땅 빼긴 귀찮고 해서 그냥 두셨나...ㅎㅎ
    그 화근(?)이 은행이름이 ‘한일은행’에서 ‘한빛은행’으로, 다시 ‘우리은행’으로 바뀔 때까지 30년도 넘게 질기게 살아남아
    지금에 전해지고 있나니...
    그리하여 나는
    코로나로 오는지도 가는지도 모르는 세월 속에 넋놓고 있다가 뜬금없이 오늘!
    대한민국 정부의 철저한 돈구녕 파악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함과 동시에
    무한한 상념과 그리움에 또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계좌 잔액 무려...
    1889원...
    최종출금연도인 1989년에 맞추어 딱 100원만 더 있었어도
    뭔가 숫자가 더 의미심장했겠으나...
    그러려면 당시 단돈 1원이라도 더 남겨놨어야 했겠지.
    하하.
    아부지어무니, 대체 몇푼 남겨놓고 쏙 빼신 거여요? 네?
    오늘 집에 가서 엄마한테 따져물어봐야겠다.
    무려
    31년만의 물음을....
    ......^^


    참고로, 우리은행에 전화해 물어보니 해당 계좌는 은행측 전산망에서도 파악이 안 되니 신분증 들고 영업점을 방문해달란다.
    할매 복장 하고 찾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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