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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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게는 불편한 소설 <속죄>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7. 11. 23. 01:14
빨책 편을 무심코 클릭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미나토 카나에의 그 인 줄 알았다. 이언 매큐언이라는 작가는 알지도 못했다. 그래도 들어보니 방송 자체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나로서는 드물게도-익숙치 않은 작가의 책을 동네 책방에 따로 주문하고 기다리기까지 해서 사보았다. 안타깝게도 빨책 2부는 스포일러 대방출 타임이란 걸 모르고 다 들어버리는 바람에 이 책의 중요 포인트를 다 안 상태에서 읽게 됐다. 하지만 상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속죄라는 테마 자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어떤 오해와 이후의 행동이 상대방의 인생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했을 때 이 작가는 어떤 식의 속죄를 그려낼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한층 더 신경쓰인 것은 스포일러를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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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의 수명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7. 8. 27. 02:19
며칠전 사놓고 못 읽었던 를 읽었다. 전도유망했던 젊은 남성 신경외과 레지던트 폴 칼라니티가 어느 날 암선고를 받고 기록하기 시작한 수기였다. 인생의 의미, 가치,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항상 고뇌하며 한편으로는 명석한 두뇌에 걸맞는 야망도 갖고 있던 저자였지만 죽음 앞에서는 초연할 수 없는 하나의 유한한 생명체였기에 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거나 혹은 키워온 모든 재능과 환경, 성취와 축복이 읽는 입장에서는 특히나 더 허무하게 느껴졌다. 폴은 청소년 시절을 사막지대에서 사색 속에 보낸 때문인지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의사 가족으로 이루어진 집안환경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의학을 전공하지 않고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문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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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ver, 세상은 어디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5. 23. 01:53
the Giver(한국어판 제목 ) 원서를 다 읽었다. 3월 7일부터 읽기 시작해서 약 80일(주말은 대체로 쉼) 걸렸다. 투데잇 앱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하루 평균 1시간 12분, 3쪽씩 읽은 것으로 나온다. Coraline보다는 확실히 어휘 수준이 높고 글자도 빽빽해 하루 3쪽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기록들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이다. 기억 없는 기록은 쉽게 잊힌다. 나중에 내가 이 소설을 기억한다면 그건 이야기가 주는 체험을 기억하는 것이지 하루 3쪽, 1시간 12분은 굳이 외우려하지 않는 이상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3과 1, 12 따위의 숫자는 삶에서 거의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의미, 기억은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이야기는 근미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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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 책은 사야돼!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5. 11. 01:01
취향저격 정도가 아니라 거의 머릿속 염탐 수준. 바로 이 책!!! 집근처 천변만 한번 산책해도 수없이 많은 꽃, 풀, 나무를 마주치지만 내가 이름을 알고 불러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팬지, 붓꽃, 벚꽃, 개나리, 버드나무 정도다. 꽃이 없는 식물은 이름도 거의 모르고 아름드리 나무는 대체 춘추가 어찌되시는지 여쭐 방도가 없다. 눈뜬 장님이 따로 없는 것 같아 바로 며칠전 식물도감 하나 구해다볼까 했는데, "도시를 산책하는 탐험가들을 위한 자연안내서"라니, 너무 멋지잖아,,,, 폼나잖아...>0< 광고카피가 이제 겨우 잠든 지름신을 깨우지 못해 아주 안달이다. 하나 걸리는 건, 저자가 외국인이라 책 속 자연환경이나 생물들이 우리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점. 일단, 음, 표지 왼쪽 아래쯤에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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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리 - 실패한 브루스리들에 관한 이야기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5. 10. 02:24
거두절미하고 재미있다. 한 지인이 같은 작가(천명관)의 를 강추하며 일독을 권할 때만 해도 '그런가보다' 했다. 소설이 개인적으로 그다지 '땡기는'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다가 모 인터넷서점 전자책 앱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 1, 2권을 4, 5월 두달 동안 한달에 1권씩 무료 대여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반으로 다운로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구 출장 다녀오던 어느 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KTX 안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킥킥 거리며 읽다가 순간순간 불시에 깔리는 차내의 정적에 혼자 겸연쩍어하기를 몇 차례. 한동안 소설을 가까이 하지 않아 '이야기'를 읽어내는 내 감성이나 감도가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닐 텐데, 그런 내가 느끼기에도 이 작가, '보통 입담은 아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화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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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자네는 참 무식하구먼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5. 6. 20:19
빅퀘스천, 빅픽처, 빅히스토리... 요즘 서점가에 '빅(Big)'의 물결이 넘실댄다. 역사, 경제, 과학,...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요즘 유난히 큰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책에서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큰 것을 찾을까? 그만큼 세상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유지 or 안정적으로 늘어나며 과학기술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발전할 때에는 그러한 상태가 디폴트(기본상태)고 의심할 필요 없는 선(善)이며 변화의 폭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향성을 부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실만 기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대충 '평타는 친다'. 북쪽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정북방향으로 갈지 북북서로 갈지 미세한 조정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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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뭐 해먹고 산담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3. 16. 00:11
구본권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15 광고회사 사내 통역으로 일하던 시절, 어느 날 다른 부서 국장님이 짓궂은 표정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 눈앞에 핸드폰을 들이밀며 운을 띄웠다. "00씨(나), '안녕하세요' 해봐." "..엥? 뭐지? 또~" "아, 해보라니까." "(미간을 찌푸리며)안..녕하세요....?" "(핸드폰에서)...오하요-고자이마스!(아침 인사를 뜻하는 일본어)" "아...이게...그 통번역 앱인가 봐요?" "(싱글거리며)빙고! 00씨, 이제 어떡하냐? 얘가 앞으로 00씨 일도 다 하게 생겼어!" "(끄덕끄덕)아하, 그렇겠네요. 그럼 잘 됐다. 십 분 뒤 사장님(일본인) 미팅 통역은 그 폰에 부탁 좀 해도 돼요? 전 본사에 급히 연락할 게 있어서." "(눈 찡긋, 어깨 툭)아~,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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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line>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2. 22. 00:52
, 드디어 완독했다. 1월 12일부터 시작해서 2월 21일인 오늘(사실 자정 지났으니 바로 어제)까지, 중간에 나흘 정도 빼먹은 것 말고는 매일 짬을 내 3-5p씩 낭독하기 약 40일만이다. 작년에 읽은 와 재작년에 읽은 이 먼저지만 이 두 책은 동영상 강의를 봐가며 읽은 거라 내 힘이라기 보다는 선생님들이 읽어주신 것에 가깝다. 누가 체크해주거나 같이 읽는 사람도 없는 원서 나홀로 읽기라 내용 파악이 아직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 한국어 번역본을 주문했다. 은 새로 이사온 집에서 초등학생 Coraline(Caroline이 아님)이 겪는 일장춘몽(?) 모험이 그려진 동화. 가족에 대한 사랑, 용기 같은 뻔한 덕목을 너무 뻔하지는 않게 강조하면서 약간 호러스러운 모험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주인공 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