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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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6] 외국어 공부와 독서 공백골판지 2019. 1. 3. 18:15
어제 SU언니-일본어 초급부터 같이 배우고 워킹 가서도 한방 쓴 절친-와 수다 떨다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 내가 책을 한동안 안 읽었는데, 그 때가 일본어를 배운 기간하고도 많이 겹치더라? 외국어 공부와 독서. 그 반비례 관계.외국어 공부가 책을 안 읽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저 핑계도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인과관계는 몰라도 개연성은 있었다.초기에 일본어를 어마무시 열심히 들고파지는 않았다.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것은 당연하게도 통대에 들어가고 나서의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외국어를-설렁설렁일지언정-공부했다는 것은 내 언어 생활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를 한 가지 초래했으니,바로 '일반적인 어른의 언어, 혹은 일상적인 나의 언어가 아닌 상태로 일정 시간 돌아가 있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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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serious, baby.골판지 2018. 12. 29. 23:08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라지.. 왼쪽은 나, 오른쪽도 나. 둘을 바라보는 나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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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4] 절대 고요의 방골판지 2018. 12. 28. 18:42
작업실은 한적했다. 그저께 그랬듯이 어제도, 어제 그랬듯이 오늘도.짐을 싣고 와 주었던 남친이나 방을 같이 보러 다녔던 엄마가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자이 방은 오로지 나만의 성이 되었다.놀러 오겠다는 지인도 있었지만 해놓은 것도 없이 사람만 부르기 민망해적당히 둘러대기만 하다 보니 친구들도 아직이다. 옆 방 사람들과도 통성명을 하기는커녕 안면조차 트지 않았다. 탕비실과 화장실의 온수 문제를 지나가는 다른 방 사람-작가라고 들었다-에게 몇 번 물어본 적은 있지만 퉁명스럽고 짧은 대답과 무표정한 얼굴에 더는 말을 붙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두 층 아래는 고시원이고 바로 아래층에는 교회가 있다.내가 있는 5층은 고시원이나 교회, 독서실은 아니고엄연히 '비즈니스 센터'라지만각자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는 어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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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3] 마음만은 잡스골판지 2018. 12. 27. 17:40
거 참.아직도 작업실에 와서 하는 일이 딱히 없다.수정님이 주신 영어책도 떠들어 보고 중국어 문제도 풀고 일본 책도 읽고 근처 풍경 스케치도 하고 글도 써보려 하지만사실 가장 열과 성을 들여 하고 있는 일은'인터넷 쇼핑'과 '식당 탐색'이다.네, 그래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변명을 한 마디 보탠다.작업실을 꾸미기 위한 물건들을 사고 있다고.그것도 다이소+인터넷쇼핑몰에서 초저렴이들로만.그래도 마음만은 스티브 잡스.잡스가 비용과 기술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끝까지 추구했다면나는 가격과 방의 방향 등 온갖 애로사항에 거의 굴복하고 있지만ㅜㅡㅜ그래도 질 수 없지! 색상에서만큼은.남친이 작업실 구한 기념으로 히터를 사주겠다고 했을 때도마음에 안 드는 색상의 제품은 제아무리 성능과 모양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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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2] 반성없는 내일을 위한 시간표골판지 2018. 12. 26. 17:38
오늘은 약간의 중국어 공부 외에 별로 한 게 없다.반성의 의미로 점심은 인스턴트 컵밥으로 때웠다.(이곳에는 전자렌지가 없어 컵밥은 뜨거운 물만 부어 먹어야 했고 냉장고도 없으므로 김치 같은 반찬을 보관할 수도 없다)반성의 시간을 갖지 않기 위한 내일 이후의 예상 타임스케쥴은 이렇다. 작업실 체류 시간 : 오전 8시 반~오후 5시 반9시간 중 점심시간(13:00-14:00) 1시간, 쉬는 시간 1시간을 제외한 working hours는 총 7시간이를영어 1시간일본어 1시간중국어 2시간(곧 복학이므로)글쓰기 1시간 반그림 1시간 반의 비율로 보내게 될 것이다. 자자,내일의 맛점을 위해시간을 엄수하는 의미로오늘은 이만 퇴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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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1] 첫 출근, 어쩌면 조금쯤 의미 있을 시간의 시작골판지 2018. 12. 24. 14:07
퇴사 전부터 알아보던 작업실에 지난 주 드디어 안착하고 주말을 이용해 자잘한 짐을 몇 점 갖다 둔 뒤오늘 공식적인(이라고 적고 '내 맘대로 정한'이라 읽는다) 첫 출근을 했다. 안양로 5**번길 00 5##호 걸어서 5분인 관악역을 지나가는 1호선 전철 소리가 제법 낭만적이다.오늘, 기온은 영하권이지만 하늘은 쾌청한 편이고.그 하늘을 닮아 환하고 연한 하늘색 벽지와 나름 꾸민다고 갖다놓은 꽃병, 책, 가습기, 히터 따위 안락한 물건들에 둘러싸인 채전 직장 동료가 나눠 준 향긋한 커피를 홀짝이다 보니뭐랄까. 그래, 드디어 내 자유로운 영혼에 걸맞는 아늑한 나만의 공간을 찾았구나.하는 생각에 어깨가 슬며시 들썩이려 한다.그때. 까똑. ...갱미?모잡지 읽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다.심심할 때 보라며 그녀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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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골판지 2018. 12. 12. 00:54
또 하나의 쉼표를 찍다. '2년이나 다니게 될 줄 몰랐다'고 습관처럼 내뱉은 말들이 무색하게 지나고나니 또 모든 것이 화르르 꿈만 같다. 바로 하루 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뭐 그리 다르다고 이런 이질감이 들까. 이제 아침저녁으로 3330번 버스에 허리가 끊어지도록 오래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 개발자들의 개발괴발 말과 글을 주워담느라 진땀빼고 자괴감에 빠지던 일과도 나의 것이 아니다. 쉴새없이 울리는 메신저를 쉬는 날이면 꺼놓았다가 출근하며 다시 켜는 쳇바퀴를 돌리지 않아도 되고 내 일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는 누군가를 집요하게 미워하는 옹졸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조금은 너그럽고 여유있는 내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왕이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그렇게 여유있는 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