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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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23] 번외편_스시가게골판지 2019. 6. 20. 16:09
작업실 근처 일식집 '스시가게'에서 시킨 연어덮밥.원래 크래미 대신 생선&무조림이 나오는데 그 반찬만 있어도 밥 한 공기 순삭각.이날은 사장님이 찐감자를 서비스로 주심.막상 한입 베어물자마자 '밥 먹고 먹어야지 벌써 먹으면 안돼요~' 하셔서(엄만줄;;) 감자는 휴지에 싸서 고이 작업실로... 감자, 특히 찐감자 퍼석퍼석해서 안 좋아하는데 이건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은 게 포실포실 맛있었다.평범한 감자도 이 집 사장님이 찌면 맛있는 듯. 감자를 간식으로 먹은 날, 집에 가는 길에 본 이것은..'스시가게' 옆집인 '호남정' 앞 가로수에 매달린 호박.아마도 호남정 아주머니들이 키우시는 모양.이 동네가 시골은 시골인갑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고....껄껄.... 그나저나 스시가게 사장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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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카 대참사골판지 2019. 5. 29. 14:38
지난 주말 교보 메세나폴리스점에서 사온 올리카 파란색. 쓴지 사흘도 안 된 어제 밤, 갑자기 이 꼴이 났다;; 멀쩡히 쓰고 있는데 갑자기 안에서 카트리지가 스르륵 빠져버린 것.. 분명 처음에 낄 때 '딱' 소리 야무지게 들릴 때까지 끼웠는데 왜...??? 아무튼 바디 안은 온통 잉크 칠갑 상태가 됐고 손과 휴지, 바닥까지 엄청 더럽힌 끝에 겨우 카트리지를 빼냈지만 그 와중에 잉크는 거의 쏟아지고 말았다.여분의 카트리지가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실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사실 파랑보다 먼저 산 빨강도 작업실 연필통에 놔뒀다가 사나흘만에 다시 쓰려니 잉크가 굳었는지 펜촉을 물에 담그고 어쩌고 해도 너무너무 잉크가 안 나와서 슬금슬금 실망하던 참이었다. A4 용지 한면 가득 깜지처럼 아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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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란 무엇인가골판지 2019. 1. 25. 23:47
어떤 에세이를 읽다가 '도화지는'을 '도회지는'으로 잘못 읽었다. 뒤에 이어지는 말이 '왜 이리 넓고 하얀가'였는데 이 말을 '왜 이리 텅 비었는가'로 먼저 오독했기 때문이다. 사실 도회지만큼 체감적으로 좁고 꽉꽉 차 있는 공간이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공간이라는 말도 그렇다. 글자 그대로만 보면 '비어있는 사이' 라는 뜻 아닌가. 즉 '꽉 찬 공간'이라는 말은 형용모순인 셈이다. 그렇다면 꽉 차 있으되 텅 빈 도회지는 진정한 '공간'이 맞는 것도 같다. 짧은 허튼소리지만 제목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따라 붙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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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10] 아빠의 도시락통골판지 2019. 1. 14. 18:01
직장인도 아니면서 점심 시간이면 몇 안 되는 근처 식당을 배회하며 꼬박꼬박 밥을 사먹다가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도시락을 싸와 볼까?' 요즘 내 점심 시간은 완전한 자유다. 동행해야 하는 팀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무엇을 먹을지, 몇 시에 먹으러 갈지, 다 먹고 몇 시까지 들어올지, 오는 길에 커피를 마실지 말지뿐 아니라 도시락을 싸올지 말지도 자유도 100%의 선택지 중 하나다. 그렇다면 할까 말까 중에 굳이 '말까'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도시락을 싸오면 돈도 굳는다. 물론김치나 김만 싸올 수는 없으니 전날 한두 가지라도 반찬을 사거나 만들어 두고, 아침에 도시락을 싸서 흐르지 않게 얌전히 가져오고, 저녁에는 그만큼의 설거지를 더 해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귀찮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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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8] 인간 해왕성이 사는 법골판지 2019. 1. 7. 19:05
업무 의뢰가 들어왔다. 늘 그렇듯이 딱히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 예상치 못했던 루트로.프리랜서에게 일이야 고정적으로 적정 보수에 적정량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그러나 거의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놈의 '적정'이다.내가 생각하는 적정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적정은 같은 단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둘 사이에 태양과 해왕성 정도의 거리가 있다.물론 내가 해왕성이고 태양은 상대방이다.태양에게 자신을 도는 행성이야 해왕성 말고도 많지만 해왕성에게 의미 있는 항성은 태양 하나뿐이니까. 해왕성이 태양계에서 서열 여덟째로 막내라면나는 한달 후면 이 일로 밥술 뜨고 산 지 어느덧 대략 십오 년차가 된다.하지만 그게 다 별무소용일 때가 있으니, 네고의 순간이다.협상은 아직도 서툴다. 전화 통화로는 짐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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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_007] 정리돼 가는 작업실과 여전히 카오스인 내 머릿속골판지 2019. 1. 4. 17:19
땅거미 지기 시작할 무렵의 작업실.오늘은 모처럼 제시간에 와서 규칙적인 하루를 보냈다.대망(!)의 빨강 스툴도 사서 조립해 옆에 두니말그대로 화룡점정이로세... 이왕 올리는 김에 허세샷 한장 더. 사실 허세샷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썰렁하군..책상 위에만 집중하다 보니 이 캐비닛 쪽은 딱히 맘에 드는 공간은 아니다.달덩이같이 보이는 건 열일 중인 가습기.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제 넣어놔야겠다. 편의점 와인은 사놓기만 하고 굴비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 (그래도 작업실인데 음주는 초큼 그렇잖아...하는 일말의 양심의 가책? 그럼 왜 샀는지...;;;) 정작 중요한 오늘의 노트... 내 머릿속처럼 정신이 없구나. 인공지능 로봇의 얼굴을 그리고 싶었는데자꾸 프랑켄슈타인 이미지를 닮아간다.프랑켄슈타인들 사이, 나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