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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行(09.01.31~09.02.01)걷고 쓰고 그린 것들/터벅터벅 2009. 2. 14. 01:08
친구과 함께 변산반도에 다녀왔다. 서른이 되면 함께 러시아 여행 다녀오자고 약속했던 게 언제였더라. 서른이라는 나이가 어떤 울림을 가졌길래 러시아가 우리에게 뭐였길래 그때 우리는 그런 약속을 했을까? 지금 러시아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던데... 무지했던 만큼이나, 다큐멘터리에서나 보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미지가 당시의 내게는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다. 서른하고도 한 해가 더 지났건만 친구와 나는 여전히 그때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언젠가는 가겠지 하는 막연하고도 답답한 '바람'만 가슴 속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ㅎㅎ 그래, 그건 정말이지 '바람(願)'이고, '바람(風)'이다. 변산반도는 벌써 8년 전에(아 끔찍하다ㅠㅠ) 답사반 사람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마치 호쿠사이의 판화에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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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클로징멘트골판지 2009. 2. 7. 14:50
“ You can’t just sit behind the desk all the time and think you know what’s going on in the World. You have to go out and see it for yourself. You got to smell it. You got to taste it. You got to see it. ” — Anderson Cooper 뜻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순전히 훈남앵커를 보기 위해 or 음악대신 틀어놓는 앤더슨쿠퍼의 뉴스프로그램 '360도'. 마지막에 꼭 나오는 클로징멘트인데 문득 생각나서 그냥 한번 받아적어봤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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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진실만이 상처를 준다골판지 2009. 2. 5. 23:55
'오직 진실만이 상처를 준다' 살면서 진정 상처 받았을 때는 거짓에 둘러싸여 있을 때가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진실과 맞닥뜨렸을 때였다. 발가벗겨진 진실에는 선도 악도 미도 추도 없었다. 오직 얼음장같은 차가움만이 거기 있었다. 어떤 우울한 시인은 상처의 본질은 돌이킬 수 없다는 데에 있다고 하더라.. 돌이킬 수 있다면 나을 수 있다면 그것은 상처자국이지 더이상 상처가 아니다. 그러니까 진실이란 녀석은 사람의 마음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상태가 되도록 밀어넣는 치명적인 힘, 그 자체. 알게 되면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막아도 들린다. 그래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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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섭섭우울...골판지 2008. 12. 12. 23:34
오래 전 일본에서 워킹생활을 할 때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잃어버린(도둑맞은) 적이 있다. 몇 달 간 우동집에서 일하고 받은 보수에서 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금액도 아니지만 당시 내게는 타국에서 일해서 모은 전재산(ㅎㅎ?)이었고 더군다나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바로 며칠 뒤 석달치 방세로 내야 할 돈이었기 때문에 무척 절망했었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비상금도 계좌가 묶여 사용할 수 없었다. 알바하는 곳 라커룸에서 지갑을 통째로 도둑맞으며 현금카드까지 분실했는데 일본에서는 재발급이 안됐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한 알바 때문에 미리 사 둔 전철회수권 10장 외에 단돈 1엔 한장 수중에 없는, 말 그대로 無일푼 상태였다. 그래도 가만 있을 수는 없어 밤새 울어 퉁퉁 부은 얼굴로 알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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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쿠시 테쓰야씨 별세골판지 2008. 11. 21. 23:02
이제 고(故)라는 말을 그의 이름 앞에 붙여야겠구나. 전에도 한 번 그에 관해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폐암 사실이 판명되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였다. 그런 그가 이번달 7일,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향년 73세. 투병생활을 하기 위해 방송생활을 잠정적으로 접은 후로도 세상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지쿠시 테쓰야의 뉴스23)에 나와 모자를 눌러쓴 채 논평을 했고(항암제 때문에 머리가 빠져서였던 듯) 그 외에도 공중파는 아니라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꾸준히 영상논평을 올리던 그였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이 올해 초의 일이다. 당시 병세가 악화되었나보다고 직감했는데 산케이신문의 어느 비열한 저널리스트는 그런 때에조차 그를 조롱하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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