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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골판지 2008. 11. 5. 22:05
인정하면 편해지는 것이 있다.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나보다. 혼자라는 사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진정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거창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고 그냥 떨어지는 낙엽처럼 담담하게 머리속에 생각이 내려앉았다. 딱히 슬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쓸쓸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떤 마음의 짐이 내려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아프면 달려올 가족이 있고 전화하면 받아줄 친구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혼을 할지도 모른다(물론 안 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내 옆에 누가 있든 지금까지 그랬고 지금 그러하듯 앞으로도 나라는 인간 자체는 계속 혼자이겠지. 어쩌면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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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골판지 2008. 10. 19. 14:11
구구는 고양이다 (グ-グ-だって猫である) ...라는 영화가 개봉한 모양이다. 직역하면 '구구도 고양이로소이다' 이니까 혹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패러디한 건가?^^ 누가 일본영화 아니랄까봐 밑도끝도없이 잔잔잔잔잔잔한 순정만화가와 그녀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만화가와 고양이..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숙명의(?) 동반자인 것 같아!! 전에도 고양이가 좋았지만 정말 요런 놈 하나 얻어다 길러봤으면 좋겠다. 이름도 벌써 지어놨으니- 00라고.. 똘똘한듯 멍-한 이 표정!! 아~ 빠져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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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골판지 2008. 10. 14. 17:42
요즘 도통 잠이 안 온다. 작년 이맘때에도 전공구분시험의 압박 때문에 잠이 안 왔지만 지금은 요인도 복합적이고 또 시험 보려면 한달도 더 남았는데 벌써 이러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눈감은 채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시간이 흘러 기어이 어슴프레 창밖이 밝아오는 것을 느낄 때면 초조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진다. 시쳇말로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덕분에 수업자료든 뭐든 완벽히 챙겨서 학교에 가는 날이 없다. 늘 무언가 집에 두고 오고 그나마 제대로 안 보고 수업 시간에 부스에 들어가면 뭔가 홀린 사람처럼 버벅거리다 나오기 일쑤다. 다른 사람들은 다 들은 내용이라는데 나만 늘 처음 듣곤 한다. 그러면 점점 자학하고.. 집에 오면 또 여러가지 생각에(하고 싶지는 않지만) 잠못드는 악순환의 연속. 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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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遊골판지 2008. 10. 5. 22:43
해가 지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고 집을 나선다. 2년 가까이 살면서 밟아보지도 않았던 집근처 외딴 길을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아니 걷는다기보다는 어쩌면 길에 실려 떠다닌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목적지도 없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도 아닌 부유(浮遊)와도 같은 짧은 유랑. 걷다 보니 강줄기도 나오고 산자락도 나오고 달동네도 나오고.. 이대로 길을 잃었으면 좋겠어. 라고 되뇌면서도 정신을 차려보면 징글징글한 귀소본능에 이끌려 어느샌가 두 발은 집앞에 와 있다. 그렇게 머릿속이 진공상태가 되어야 그날은 겨우 잠을 잔다. 내일도 또 무수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빚어내고 떠돌아다니며 그것들을 버리고나서야 겨우겨우 웅크린채 잠이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