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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자네는 참 무식하구먼보고 듣고 읽은 것들/책 2016. 5. 6. 20:19
빅퀘스천, 빅픽처, 빅히스토리... 요즘 서점가에 '빅(Big)'의 물결이 넘실댄다. 역사, 경제, 과학,...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요즘 유난히 큰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책에서 찾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큰 것을 찾을까? 그만큼 세상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유지 or 안정적으로 늘어나며 과학기술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발전할 때에는 그러한 상태가 디폴트(기본상태)고 의심할 필요 없는 선(善)이며 변화의 폭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방향성을 부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실만 기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대충 '평타는 친다'. 북쪽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정북방향으로 갈지 북북서로 갈지 미세한 조정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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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 북클럽 오리진 인터뷰골판지 2016. 5. 5. 12:00
http://1boon.kakao.com/bookclub/minibook20160505 몇 달 째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빅히스토리 도서 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와 북클럽 오리진 주인장과의 인터뷰. 지난달 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수많은 매체나 인터뷰어와의 인터뷰, 저자 강연회 등을 했고 를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은 덕에 나도 관련된 기사는 되도록 챙겨 읽으며 경희대 강연회도 찾아갔다. 그 중 최재천 국립생태원장과의 인터뷰와 함께 이 북클럽 오리진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질문과 대답은 다른 인터뷰에도 많이 나오는데 북클럽 오리진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었던 부분은 유발 하라리에게 있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새로 정립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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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색분자의 흑백논리골판지 2016. 5. 4. 23:16
순백은 순결한 색일까? 모든 색은 채도가 높을 수록 순수한 색이라 할 수 있지만 흰색에는 채도가 없다. 순결하기는커녕 흰빛은 모든 빛이 모여서 생기는 빛이다. 다만 그 '하얌'이 우리 눈에 분해 불가능한 하나의 빛으로 보이는 것일뿐. 순백은 수 많은 빛을 끌어안고 있지만 그 사실을 끝끝내 함구한다. 흰 바탕에 검은 점 하나라도 튈라치면 '오점(汚點)이 남았다'고 한다. 점(點)에는 검을 흑(黑)자가 들어가 있다. 순백을 보며 순결하다기보다 새침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채도가 없기는 검은색도 마찬가지. 빛으로는 존재하지 않고 색으로만 존재하는 이 묘한 검은색도 모든 색을 끓어안고 있는데 다만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칠흑같은 밤하늘의 하얀 별빛을 보며 '오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다. 흑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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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연을 기다리며골판지 2016. 5. 4. 00:37
-연초 서울시청사에서 글쓰기 틔움강좌 들으며 숙제로 했던 글짓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주민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꿋꿋이 사재를 털어 동네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캣맘’이나 주기적으로 고양이카페를 찾는 사람들, 시쳇말로 ‘냥덕’, ‘고양이빠’는 못 될지 몰라도, 길에서 고양이를 보면 그렇게 측은하고 어여쁜 마음이 들 수가 없다. 이 마음이 통하는 것인지, 길고양이들도 내가 접근하면 잘 피하지 않고 오히려 졸졸 따라오기도 한다. 사실 고양이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한국 정서상, 나 역시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차고 지는 변화무쌍함이 밤하늘의 달님 뺨치는 그 요사스러운 눈동자며, 솜뭉치처럼 북슬북슬한 발바닥 속에 깜찍하게 숨어있다 수틀리면 튀어나와 기어이 피를 보고 마는 날카로운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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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안개 속 풍경골판지 2016. 4. 16. 18:44
2년 전 오늘 나는 송도에 있었다. 며칠 일이 있어 찾은 그곳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지인-친구의 친구-집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 집은 주상복합아파트의 아주 고층에 있었는데 지인 내외는 더없이 친절했지만 군식구인 나는 아무래도 불편한 마음에 거실 제일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드레스룸-큰 통유리 창이 있는 골방-에 짐을 풀었다. 4월16일 아침, 여느 날과 다름없이 눈을 떴다. 그러나 그 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커튼을 밀치고 바라본 통유리창 너머에는, 마치 밤새 누군가 지우개로 박박 지워놓기라도 한듯 바로 맞은편 같은 높이의 아파트도, 교회 첨탑도 발치부터 머리꼭대기까지 몽땅 자취를 감추고 없는, 기이할 정도로 완벽하게 뿌연 '無'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꿈처럼... 잠시 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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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진보골판지 2016. 4. 12. 20:43
나는 진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입으로만 진보를 외치고 행동은 불일치한다는 입진보. 그간 이 점이 내심 창피했는데, 이번 선거기간 동안 깨달았다. '입진보도 할 일이 있구나.' 3번 이하 당은 찍어본 적이 없는 엄마와 수십년 동안 단 한번도 야당은 찍어본 일이 없는 골수 보수 울 막내이모, 투표장 안 간 지 십년은 족히 넘었다고 하시는 이웃 아주머니를 기어이 '투표의향 있음'으로, 특히 정당투표에서 '노란당'으로 이끌었다. 모두, '입으로'였다. 그나마 특정 당이 나라를 어떻게 망치고 서민생활을 얼마나 파탄으로 이끌어왔는지, 정치가 왜 중요한지, 꼴보기 싫어도 왜 포기하면 안 되는지, 능력있고 청렴한 이가 짠하고 나타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왜 우리가 발굴, 지원해줘야 하는지, 같은 것은 별로 논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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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 안양천 산책중에걷고 쓰고 그린 것들/터벅터벅 2016. 4. 11. 13:40
어제 밤 늦게 잠들었는데 어쩐 일인지 6시에 눈이 떠져 꼭 출장 갈 사람처럼 새벽같이 아침을 먹고 대충 치운뒤 공부 잠깐 하고 국거리 재료 장도 볼 겸 아침 산책에 나섰다. 어제와 달리 미세먼지도 괜찮고 하늘도 파랗고 벚꽃도 아직 꽤 남아있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어린이집에서 야외수업을 나왔는데 꼬맹이들이 꽃나무 밑에 진을 치고 있다. 개나리에도 잎이 돋기 시작한지 꽤 된 듯. 정말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과 하얀 벚꽃. 둘 다 눈부시다. 위만 보면 꼭 설경같기도 하다. 아래는 이팝나무인가? 잘 모르겠다. 가까이서보면 벚꽃에 질세라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청소 도구를 들고 천변 환경미화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 더러 눈에 띄었다. 이건 뭐지? 색깔이 진해 다가가 보니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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